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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Oct 31. 2024

최진영 작가가 보여주는 글의 맛

단편소설  「홈 스위트 홈」


최진영의 소설을 읽다 보면 '뜻은 좋지만 글이 낡았거나 클리셰 범벅, 또는 사유가 깊지 못한 문장을 쓰는' 다른 몇몇 작가들의 소설들이 얼마나 후졌는지 알 수 있다. 마치 커피믹스를 마시다가 스페셜티 커피를 맛보며 '커피 맛이 이렇게 다를 수 있나?'라고 중얼거리는 격이라고나 할까. 오늘 아침에 최진영이 보여주는 글맛에 감탄을 거듭하며 읽은 단편소설은 「홈 스위트 홈」이다.


독특한 인물 설정, 빗방울 하나, 눈송이 하나에까지 스민 주인공의 섬세한 사유 방식, 죽음을 슬프지 않게 다루는 통쾌함, 메타포의 정확함 등에 놀라다가 주인공 커플이 충청남도 보령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장면이 등장해서 살짝 웃기도 했다. 충청남도 보령에서 충청남도 보령이 나오는 소설을 우연히 읽는 반가움은 충청남도 보령으로 갑자기 이사를 온 나나 아내 같은 사람 아니면 잘 모를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도 우리처럼 특별한 이유 없이 그저 사는 곳을 좀 바꿔 보려고 보령을 택한 것이다. 보령으로 이사를 온 뒤 많은 사람들에게 왜 하필 보령으로 왔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때마다 그냥 서울에서 적당히 떨어진 곳을 고르다 보니 여기로 오게 되었다고, 바다도 있고 한과 도시도 있어서 좋았다고 대답하는 수밖에 없었는데 이 소설을 읽고 나니 그 대답 말고는 다른 이유를 댈 이유가 별로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보령이 아니라 최진영 작가의 글이 끝내준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내 방 책꽂이에 가보니 한강이나 정세랑 작가만큼이나 최진영의 소설도 많다. 그래.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최진영을 좋아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이다. 이런 작가를 예전부터 알아볼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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