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거짓된 이미지를 심었습니다
아침에 강북 모처에서 기획실 직원들과 만나 새로운 홍보영상 제작설명회를 듣고 돌아오는 길에 점심이나 먹고 들어가자고 했더니 다들 좋다고 했다. 압구정동에 내가 다니는 수영장 근처 미역국집이 하나 있는데 일 인분에 만원이라고 했더니 여성 카피라이터와 남성 아트디렉터가 동시에 우와, 그건 너무 비싼데요, 라며 놀란다. 무슨 미역국 한 그릇에 만 원이나 하냐는 거였다. 하지만 "내가 사줄게" 라는 한 마디에 얼굴이 급 밝아지더니 둘 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따라나선다.
아트 : 실장님은 은근히 미식가인 거 같아요.
실장 : 아냐. 내 주변 사람들이 미식가지.
카피 : 맛있는 집 많이 아시잖아요. 혼자서도 잘 드시러 다니시고.
실장 : 아니라니깐.
아트 : 실장님처럼 재밌는 거 많이 하고 다녀야 하는데. 무슨 독서모임도 하신다면서요?
실장 : 응. 독한 토요일이라고...너도 농구 하러 다니잖아?
카피 : 무슨 먹으러 다니는 모임도 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실장 : 아, 토요식충단? 난 그거 그냥 따라다니기만 하는 거야.
카피 : 실장님은 참 재밌게 사시는 것 같아요.
실장 : 아니라니깐...
청담미역국에 가서 가자미미역국 삼 인분을 시켰다. 펄펄 끓는 뚝배기 속에 들어있는 미역국과 가자미를 보더니 둘 다 눈이 휘둥그래진다. 국물이 시원하고 김치와 시금치 양파쫑으로 구성된 반찬도 알차다. 둘 다 가자미 넣은 미역국은 처음 먹어본다고 한다. 농구를 좋아하는 20대 아트디렉터는 공기밥까지 하나 더 시켜 먹는다. 나오면서 역시 엄마가 끓여주는 미역국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만족감을 표시한다. 그러면서 실장님은 참...어쩌구 또 감탄을 하려 하길래 아니라고 소리를 빽 질렀다. 괜히 재미있고 여유있게 산다는 거짓된 이미지를 심어준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졌다. 앞으로 밥을 자주 사지는 말아야지, 하고 몰래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