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이는 글

글쓰기를 잘하려면 읽으세요 -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

by 편성준

"이 글 어떤지 좀 봐줘."

아내는 신문 칼럼을 쓰거나 새 책 원고를 쓰다가 느닷없이 나에게 이 글 어떠냐며 보여줄 때가 있다. 그럼 나는 열 일 제치고 달려와 그녀의 노트북 안 한글 문서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솔직히 말한다. "좋은데!"


일단 좋다고 하고 시작해야 한다. 사실 아내의 글은 다 좋다(진짜다. 진짜 잘 쓰는 걸 어쩌란 말인가). 하고 싶은 얘기기 분명하고 주절주절 늘어놓는 나와는 달리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되도록 건조하게 쓴다. 다만 너무 담백하거나 팩트 위주로만 되어 있을 때 나는 약간의 양념을 치라고 조언한다. 그 양념은 유머다. 내가 자주 쓰는 유머는 어떤 사안을 살짝 비틀어 이면에 있는 유치함이나 치사함을 드러내는 '자기 비하'식 블랙유머다. 『죽는 게 뭐라고』에서 사노 요코 할머니가 "나는 취향이 저속하기로 유명하다"라고 선언하면서 소파에 누워 일본 드라마 《춤추는 대수사선》을 보며 낄낄거릴 때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고백하는 식이다.


어제도 아내의 글에 약간의 치사한 유머를 넣어 주었더니 "아. 이런 거구나."하고 감탄했다. 아내의 정직한 글에 나의 유머를 살짝 더하니 그녀의 캐릭터가 단박에 치사하고 음흉해진 것이다. 그렇다고 세상의 비난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 이게 중요하다. 치사해지되 약간만 치사해야 한다. 국이나 찌개에 소금을 너무 넣으면 짜고 다시다나 연두를 들이부으면 구역질이 나듯 블랙유머라는 양념도 아주 살짝만 넣어야 좋다. 이렇게 얘기해도 느낌이 잘 안 오는 사람은 책을 한 권 읽으시기 바란다. 마침 좋은 책이 하나 있어 소개한다.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라는 책인데, 내가 2022년에 썼다. 이미 읽은 분들도 있겠지만(글쓰기 분야의 스테디셀러다) 오늘 아침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이렇게 새삼 책 광고를 하게 되었다. 아, 쓰다 보니 결국 속보이는 글이 되었지만 어쩌란 말인가. 정말 좋은 책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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