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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Sep 22. 2019

빨래방의 독서

찰스 부코스키 <공기와 빛과 시간과 공간>

일요일 아침. 빨래방에 와서 어제 위트앤시니컬에서 산 찰스 부코스키의 시를 마저 읽는다.

<공기의 빛과 시간과 공간>

"가족이니 일이니
항상 방해물이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집을 팔아버리고
이 큰 원룸을 구했지. 보다시피
공간과 빛이 있는 방이야.
내 평생 처음 창작할 공간과 시간이
생긴 거야."

아니야, 이 양반아.
창작 의지만 있다면
창작은
하루 열여섯 시간 탄광 일을 해도
애 셋을 데리고
단칸방에서
정부 보조금으로
살아도
몸과 마음이
일부 망가져도
눈이 멀어도
절름발이가 되어도
정신줄을 놔도
고양이가 등을 기어올라도
지진으로, 폭격으로, 홍수로, 화재로
도시 전체가 초토화되어도
할 수 있다네.

여보게, 공기와 빛과 시간과 공간은
창작과 아무 관련이 없고
아무 것도 만들어 내지 않아.
새로운 변명거리를 찾아낼 만큼
살날이 길다면 또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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