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법도 배우면 힘이 된다

김혜민의 『좋은 질문의 힘』

by 편성준


물음표는 낚싯바늘을 닮았습니다. 낚싯바늘은 물고기를 낚는 도구죠. 저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우리 마음속에 들어있는 물음표 덕분에 문명도 발전했고 서로 바라는 게 뭔지도 알게 된 게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ChatGPT도 질문(프롬프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답의 질과 깊이가 달라진다고 하잖아요. 김혜민 PD(지금은 PD가 아니지만)의 새 책 『좋은 질문의 힘』을 읽으며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김혜민 저자는 말하죠. 문제집에 나오는 질문은 정답이 있었지만 인생에서 생기는 질문엔 당장 정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그 질문이 지혜 또는 감동을 불러일으켜 '나'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요. 질문 그 자체가 답이 될 수 있으니까요.


좋은 질문이란 뭘까요? 앞에 서 있는 사람이 하고 싶은 이야기의 핵심이 될 만한 줄기를 미리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그가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인지 성의 있게 공부를 해야겠죠. 저자는 생각을 크게 해주는 질문을 얘기하면서 책 뒷부분에 나오는 '피터 드러커의 질문'을 예로 드는데요, 저는 특히 그중 첫 번째 항목인 '무엇이 우리의 미션·사명인가'와 세 번째 항목 '우리 고객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가 마음에 확 들어왔습니다. 그는 이런 식의 질문과 대답의 적절한 예로 2024년 MBC 연기대상을 수상한 한석규의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죠. 내용이 궁금한 분은 김혜민의 책을 사서 얼른 읽어 보세요.


이 책에는 참 성의 없는, 나쁜 질문의 예도 나옵니다. 예를 들어 출산 후 첫 영화 제작발표회에 나선 손예진 배우에게 "현빈의 어떤 점을 보고 결혼하기로 결심했느냐"라는 때늦은 질문을 던지는 식이죠. 이건 약혼 발표회에서나 할 만한 질문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때와 장소를 구분 못하는 질문은 당사자를 화나게 합니다. 노벨문학상을 탄 한강 작가에게 "『작별하지 않는다』는 어떤 책인가요?"라고 묻는 것도 꽤나 한심하고 저급한 질문이죠. 둘 다 이 책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김혜민 저자는 '질문은 말의 기술이 아니라 태도이자 인격'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좋은 질문을 할 줄 알더라도 질문을 던져 놓고 잘 듣지 않거나 딴짓을 하는 사람은 자아도취적 성격이 분명합니다. 질문을 했으면 당연히 온몸과 맘을 다해 그 답을 들어야 합니다. 다행히 저자는 『눈 떠보니 50』이라는 책의 초고를 고명환 작가에게 보여준 뒤 그의 충고에 따라 원고를 고쳐 더 좋은 책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가 태도와 인격을 갖춘 작가라는 뜻이죠.


책에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의 저자 김민식 PD는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힘든 학창 시절을 보내다가 '생물학적 아버지는 바꿀 수 없지만 너는 책을 통해 다른 아버지와 스승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독서광이 되었다고 합니다. 김혜민은 이처럼 좋은 질문을 하려면 책을 읽어 지식을 쌓고 언어감수성을 높여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있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직진하는 질문은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기 십상입니다. 김혜민은 어떤 상대를 만나 20분 정도 쓸데없는 이야기를 이어나가다가 자연스럽게 질문에 대한 답을 유도한 '스몰 토크' 성공담을 들려주며 이런 건 소개팅에서도 통하는 효율적인 공략법이 될 수 있다고 귀띔 하죠. "어떻게 책을 두 권이나 쓸 수 있었냐"는 질문에서 사람들이 생각보다 자신의 생각과 말을 글로 옮기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구나 깨닫고 "내 안에 좋은 것들이 가득 차서 흘러넘치는 것, 그것이 바로 글쓰기의 본질입니다."라는 대답을 내놓기도 하고요.


김혜민은 '내가 만난 최고의 좋은 질문자'라는 꼭지에서 장내에 있던 대부분의 어른들에게 눈물을 흘리게 했던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의 질문을 예로 들고 있는데요, 궁금하신 분은 역시 책을 사서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참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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