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에 숨어 있는 보물들

도대체 책 읽을 시간이 안 난다는 분들에게

by 편성준



책장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저기 새로운 세계가 있는데

내가 아직 꺼내보지 않았구나.


저기 재밌는 이야기가

보물상자처럼 묻혀 있는데

사람들이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구나.


보령시외버스터미널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동안 담배를 피우며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택시기사들을 보며 생각했다. 저분들은 한 달에 책을 한 권이라도 읽을까. 전혀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돈을 벌어야 하는데, 일을 해야 하는데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겠어. 시간 나면 쉬어야지 책을 왜 읽겠어어. 그리고 책을 읽어도 실용서나 자기계발서를 읽지 시나 소설을 왜 읽겠어. 저분들이 문청이냐 문학소녀야......? 멍청하게 혼자 자문자답을 해보다가 한숨을 내쉬다가 웃다가, 미친놈 같았을 것이다.

대형서점에 가서 넘쳐 나는 새 책들을 보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니, 하고 놀라다가 절망하다가 버스터미넣의 택시 아저씨들을 생각하면 또 책이라는 게 다 뭔가 하는 회의에 젖게 된다. 어차피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이니 택시 아저씨들보다는 많이 읽겠지만 그래도 늘 책 읽을 시간은 내기 어렵다.


정세랑의 미니픽션 《아라의 소설》에는 알라딘 서점이 갑자기 무너져 책더미에 깔려 있다가 겨우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자 구조대가 올 때까지 누워 이 책 저 책을 뒤적이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을 발견하고는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까지 한다. 나는 이게 도무지 책을 읽을 시간을 내지 못하는 작가 자신의 무의식을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어제도 책을 읽으려고 집 근처 죽정도서관에 갔다가 갑자기 걸려온 전화를 받고 단톡방에 대답을 하느라고 책을 읽지 못하고 왔다. 오늘 다시 보령시립도서관에 가야겠다. 아침에 한겨레문학상을 탔다는 김홍의 소설책 한 권이 도서관에 있다는 걸 검색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아무리 악의 무리들이 나의 독서를 방해하려 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책을 읽어볼 생각이다. 아, 이렇게 쓰면 어제 내게 전화한 분이 악의 무리 중 하나가 되는데, 아, 그분은 정말 좋은 사람인데...... 아, 어째 얘기가 좀 꼬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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