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 장편소설 『말뚝들』
김홍의 장편소설『말뚝들』을 읽었다.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데 떠도는 평이 좋아서 얼른 사서 읽었다. 은행에 다니는 남자 장이 어느 날 느닷없이 출근길에 자신의 차 트렁크 안에 갇히는 변을 당한다. 꼼짝없이 죽었구나 싶었는데 싱겁게도 해코지는 전혀 당하지는 않은 채 그냥 차에 실린 채 납치만 당했다가 범인들 얼굴도 못 보고 돌아온다. 김홍 작가는 이 장면을 쓰기 위해 실제로 트렁크 안에 들어가 누운 채 아내이자 소설가인 이유리 작가에게 운전을 부탁했다. 사람 살리라고 외치는 남편의 비명에 놀란 이유리가 더 빠르게 차를 모는 바람에 괴로웠다는 김홍의 웃기는 후일담이 있다(이 얘기는 소설 관련 동영상에서 보고 알았다).
경제 범죄와 대기업, 카지노, 노동자 문제, 산업 재해에 계엄령까지, 읽다 보면 굉장히 심각한 이야기들 뿐인데 그 소재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시니컬한 유머와 삶을 관통하는 페이소스가 속도감 있는 독서를 보장한다. 주인공 장은 안 그래도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하는데 그 와중에 친하게 지내던 여성 직장 동료는 "바람피운 걸 남편에게 들켰는데, 그 바람 상대를 남편이 알면 진짜 큰일 나니까 니가 가짜 상대역을 좀 맡아 달라"라는 말도 안 되는 부탁까지 한다.
김홍은 괴물이다. 글을 정말 잘 쓰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머뭇거림이 없다. 정말 재밌게 단숨에 읽었다는 정지아 작가의 심사평은 거짓말이 아니었다(나는 요즘 바빠서 단숨에 읽진 못하고 두세 번에 걸쳐 읽었다). 이기호 소설가는 '김홍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라고 심사평에 썼다. 카메오로 백종원도 나오고 배철수도 잠깐 나오는데 그런 게 전혀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는 게 이 소설의 장점이다. 아, 제목에 나오는 말뚝들 얘기를 안 했구나. 그건 책을 직접 읽어 보시기 바란다.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소재요 상징이니까. 오자를 하나 찾았는데 얘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 입 간지러워(25페이지에 시제 틀린 거 하나 있다). 지금은 리뷰 쓸 시간이 없고, 나중에 좀 자세히 쓸 생각이다. 아무튼 안 읽으면 손해인 소설이다. 강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