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콘처럼 지식과 상상력으로 서사를 뻑뻑하게 채운 소설

R.F. 쿠앙의 『바벨』리뷰

by 편성준


이 소설의 앞부분엔 스콘 이야기가 나오는데(밀도가 높고 놀란 만큼 묵직했던) 로빈은 스콘의 질감을 플라톤의 '이데아'에 비교합니다. 저는 이 소설 자체가 로빈이 묘사한 스콘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R.F. 쿠앙의 <바벨> 1, 2편을 방금 다 읽었습니다.


이거 정말 대단한 물건이네요. 저자의 역사적, 언어학적 지식이 스콘처럼 빡빡하고 묵직해서 도저히 20대 작가가 쓴 것으로 믿어지지 않네요. 잠깐잠깐 대수롭지 않게 등장하는 찰스 디킨스나 메리 셸리에 대한 평가를 읽어보면 대가의 느낌이 저절로 듭니다.


이 소설은 19세기 초중반, 1차 아편전쟁 때의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대체역사소설'입니다. 그렇다고 스팀펑크는 아니에요. 스팀펑크가 증기기관이나 기계장치를 주요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면 『바벨』은 외국어를 번역할 때 단어들이 갖는 의미의 차이를 에너지로 바꾸는 언어-마법 장치(실버워킹)를 사용해요. 기발한 발상이죠.


SF에 진심인 강양구 기자가 강력 추천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밑줄 친 부분이 하도 많아서 다시 천천히 읽으며 리뷰를 한 번 써보고 싶은데,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 책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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