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보령 생활

거침없고 즐거웠던 사진명장의 구라들

백승휴 작가 사진 강연 '기록하며 찾은 보령 섬의 가치'

by 편성준

《보령시립도서관 인문학 강연·탐방 프로그램》의 두 번째 주자는 포토 테라피스트 백승휴 작가였습니다. 백 작가는 보령에 있는 섬 이야기를 주제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먼저 나서서 이번 인문학 강연의 취지를 간단히 설명하고 "사진으로 시를 쓰고 치료를 하는 분이 있습니다. 보령에서 빽방앗간이라는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백승휴 작가입니다."라는 멘트로 백 작가를 소개했습니다.


백승휴 작가는 보령의 섬 이야기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섬은 저마다 모두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 인문학적 공간이라는 생각은 그의 책 『섬 섬 피어나는 삶』에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보령에는 총 105개의 섬이 있습니다. 백승휴 작가는 섬에 가서 자신을 객관화하는 경험은 물론 섬사람들의 진한 충청도 말투에서도 인문학적 통찰을 찾아낸다고 합니다. 그가 섬에서 경험한 충청도 사투리 사연을 나올 때마다 객석에선 웃음꽃이 피어났습니다. 백 작가는 준비해 온 사진과 이야기에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까지 더해 활력 넘치는 강연을 이어갔습니다.


총 세 시간이었는데 두 번째 시간엔 최소한의 조명 장비만 갖춘 채 한 사람 한 사람 '포트레이트'를 찍어주는 이벤트를 실행했습니다. 쑥스러워하는 사람들에게 포즈를 잡을 수 있게 직관적인 명령을 하고 유머를 섞어 소리를 지르면 모델들은 순식간에 긴장을 풀고 카메라 앞에서 웃었습니다. 번개 같은 속도로 20여 명의 사진을 다 찍은 백 작가는 가져온 프린터기로 사진을 뽑아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를 위해 프린트를 두 대나 가져오는 치밀함을 보였음은 물론입니다. 혹시라도 하나가 안 되면 스페어 프린터를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런 게 바로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라는 자기 자랑을 잊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이 밉지 않았습니다. 백승휴 작가는 '겸손은 개나 줘버려'라는 태도로 자신감 있게 자신의 사진 철학을 설파했습니다. '익숙하면 사라지고 낯설면 보인다'는 컨셉 역시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면서 사진에 스토리를 입혀 '콘텐츠'로 만들어야겠다는 고민 덕에 나온 것이었습니다.


작업할 때 몸빼바지를 즐겨 입는 백 작가는 좀 이상하더라도 한 번 정한 컨셉을 지속적으로 밀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럼 어느 순간 '쟤는 저런 사람'이라며 인정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일에 대한 그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자신감을 가져라. 뭐든 제안을 받으면 그때부터 고민하면 된다. 집중하면 뭐든 할 수 있다. 그는 책을 30권이나 낸 작가지만 자신이 완벽해서 책을 낸 게 아니라고 합니다. 모든 건 완벽을 위해 가는 과정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일단 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결론이죠.


마지막 시간엔 백 작가가 찍어준 사진을 각자 액자에 넣고 소감을 주고받는 자리였습니다. 백 작가는 긴장감과 고민이 있어야 삶이 살아난다고 했습니다. 평온만 계속되는 인생엔 행복도 없다는 것이죠. 결국은 사진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뭐든 임팩트를 줘야 하고 '의미 부여'를 하면 달라진다는 말은 사진가는 물론 크리에이터라면 누구나 반복해서 털어놓는 '작업의 비밀'이었습니다. 관객 중엔 삽시도에서 식당과 펜션을 운영하는 여성분도 오셨는데 백 작가에 의하면 사진도 잘 찍는다고 했습니다. 기억할 만한 분이 또 하나 있었는데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 준비를 한다는, 18세 여성이었습니다. 보령시립도서관에서 진행 중인 제 필사 수업 '그 문장을 따라 쓰다 내 인생이 따라왔다'를 듣고 싶다고 해서 방법을 찾아 보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친구에게 11월 20일에 열리는 오은 시인 강연에도 꼭 오라고 귀띔을 했습니다. 오은 시인은 서울에서도 만나기 힘든 아주 '핫한' 시인이니까요. 이번 강연도 즐겁고 뿌듯했습니다. 보령시립도서관의 행보를 지켜봐 주십시오. 도서관이 보령을 인문학의 도시로 만들고 있으니까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우연히 보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