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고 겸손했던 황보름 작가의 북토크

보령시립도서관에서 열린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북토크

by 편성준

12월 6일 토요일 오후에 보령시립도서관에서 열린 황보름 작가의 북토크 겸 강연 제목은 '글을 쓴다는 것은'이었다. 독서토론 진행과 북콘서트 사회자로 유명한 숭례문학당의 김신 작가가 사회를 맡아 부드럽고 흥미로운 북토크를 만들어졌다. 아내와 나는 행사장 입구에서 황보름 작가와 마주쳤는데 알아보지 못하고 잘 모르는 동네 사람 보듯 인사를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나중에 행사 도중 손을 들고 질문을 했더니 황작가가 "편 작가님이 절 모르는 척해서 상처받았다"라고 농담을 했다). 직접 대면하는 건 처음인 데다가 행사 직전이기에 작가님은 당연히 무대 뒤 대기실에 계실 것이라 생각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였고 LG전자에서 스마트폰을 만들던 개발자였던 황보름 작가는 자신이 직장 생활에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20대 말에 회사를 그만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바로 작가가 된 것은 아니었다. 일단 출근하는 게 너무 괴로워 퇴사를 결정했고 이런저런 경험을 해보다가 상상마당에서 하는 인문학 강연을 들으며 자신이 책과 글쓰기 얘기를 좋아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는 이과 전공이었지만 사람과 세상을 알아가는 것, 즉 인문학적 소양을 무엇보다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른세 살 때 작가가 되겠다고 선언했을 때 부모님의 염려 대신 응원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이 둘 다 '책을 읽는 부모'였던 덕분이었다.


지금은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전 세계 20여 개국에 번역되는 등 대 작가가 되었지만 첫 책 두 권은 출간 제안을 했다가 거절을 당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으며 누구나 처음부터 탁 알아보는 건 어려운 거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했다. 첫 책이 1쇄도 소진이 되지 않는 등 힘든 나날이었지만 황보름은 계속 글을 썼다. 7년 정도 글만 쓰고 있다가 소설을 써보기로 하고 취직도 해보고 했는데 밀리의 서재와 브런치가 함께 공모한 공모전에 냈던 소설이 독자들의 요청에 의해 종이책으로 발간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계속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작법서도 읽고 했지만 '휴남동'은 마음 가는 대로 써 본 소설이었다. 소설 작법에 대해 잘 모를 때였지만 『장미의 이름』을 쓴 움베르토 에코도 처음 그 소설을 쓸 때 수도사가 살인을 할 줄은 몰랐다는 말에 용기를 얻어 일단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쓴 첫 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여러 차례 화제가 되고 상도 많이 탔는데 황보름 작가를 가장 놀라게 한 건 일본 '서점인의 날'에 서점인들이 뽑은 베스트 소설에 뽑힌 것이라 했다. 비밀을 유지하지 않으면 수상이 취소된다고 겁을 줘서 아무한테도 얘기를 안 하고 일본으로 날아갔는데 이건 동네잔치가 아니라 전국 규모의 행사더라는 것이었다.


두 번째 소설 탈고를 앞두고 있다는 황보름 작가는 "안 써질 때 안 써진다고 자신을 미워하지는 말자"라고 다짐했다며 웃었다. 소설 작법서를 많이 읽었지만 작법을 알고 있다고 소설이 잘 써지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안다고 했다. 영향을 받은 작가나 작품을 묻는 나의 질문엔 『플레인 송 』이나 『올리브 키터리지』처럼 평범함 속에서 피어나는 이야기를 좋아하고 프레드릭 베크만 같은 작가는 『오베라는 남자』와 '베어타운 3부작'이 너무 달라 놀랐다는 말도 했다. 요컨대 많이 읽고 많이 느끼는 게 비결 아닌 비결인 것 같았다.

시종일관 솔직하고 겸손한 작가의 면모가 돋보이는 시간이었다. 황 작가는 자신을 유명하게 만든 건 '휴남동'이자만 "저는 『단순 생활자』가 더 좋았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기쁘다고 말했다. 소설과 에세이를 모두 써 본 사람으로서 소설이 더 어렵다고 생각하면서도 에세이는 자신을 드러내야 하고 디테일이 좋아야 쓸 수 있는 글이기에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디테일 얘기 하면 '추위를 타면서도 춥게 입고 다니는' 자신의 이야기를 했는데 되게 웃겼다).


행사가 끝나고 아내가 새로 산 '휴남동'에 저자 서명을 받으며 시간이 되면 우리 집에 가서 차 한 잔 어떠냐고 했더니 흔쾌히 좋다고 해서 졸지에 대천동에 있는 우리 집으로 갔다. 아내가 진주문고 여태훈 대표님에게 받은 차를 우리는 동안 2층 서재를 구경한 황보름 작가는 "오래전부터 와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왔네요."라며 좋아했다. 우리는 차를 마시며 "지식이 많고 통찰이 깊은 사람이라도 글을 다 잘 쓰는 건 아니더라"라며 역시 쓰는 사람은 못 당한다, 는 등의 문학적 수다를 떨다가 헤어졌다. 휴남동 이전부터 팬이었던 작가를 만나 놀았던, 꿈같은 토요일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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