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 가면

입구가 보이는 쪽에 아내가 앉는 이유

by 편성준

음식점에 가면
TV가 보이거나
입구가 보이는 쪽에
아내가 앉는다
이건 기본이다

오늘 아침에 아내와 동네 식당에서 늦은 아침을 먹고 헤어졌다. 식당엔 연합뉴스가 틀어져 있었는데 아내는 TV를 보며 내게 뉴스 내용을 얘기해 주었다. 식당에 오면 나는 늘 아내를 상석에 앉힌다. 여기서 상석이란 입구가 보이거나 TV 시청이 용이한 좌석을 말한다. 예전에 회사 다닐 때 젊은 후배들과 식사를 하러 가면 자기들이 벽 쪽으로 들어가 안쪽 의자에 앉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나는 꼰대처럼 보이는 것을 무릅쓰고 "그쪽이 상석이니까 다른 사람과 앉을 땐 그 자리를 먼저 양보하라"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몹시 당황하면서 자기들은 들어가는 게 더 불편하고 그게 더 몸을 많이 움직이는 거니까 일부러 그쪽에 앉는 거라고 말하던 기억이 난다. 기본예절을 학교나 가정에서 가르치지 않아서 생기는 일이다.

인간은 원시 수렵시대에 맹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시야가 확보된 자리를 선호했다. 그건 유럽의 기사도 정신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그래서 입구가 보이는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의 기본처럼 된 것이다. 그러니 공처가인 나로서는 항상 입구를 등지고, TV를 보지 못하는 좌석에 앉는 게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언제든 아내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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