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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Nov 08. 2019

귀신은 없다

전설의 고향과 김혼비 등을 통해 살펴본 귀신의 근원적 공포와 그 허상  

얼마 전 케이블의 '엣지TV'인가 하는 곳을 우연히 돌렸다가 <전설의 고향>을 다시 보았다. 어느 시골의 양반댁 대감마님 자녀가 장원급제를 해 어사회를 쓰고 집으로 돌아오던 경사스러운 날, 말에서 내리다가 그대로 피를 토하고 죽자 그 여동생도 그 자리에서 각혈을 하며 죽어버린다. 대감과 마나님은 그때부터 정신이 나가 온 마을을 휘젓고 돌아 다니다가 억울한 마음을 못 이겨 관아로 찾아가 사또에게 원한을 풀어달라 조르는데, 똑똑한 마을 사또가 그들의 사연을 들은 뒤 "지금 당장 쌀을 일곱 번 거르고 일곱 번 씻어서 밥상 셋을 준비하라" 라고 이르고는 담력이 센 부하들을 시켜 자정에 밥상을 마을의 깊은 산에 가져다 놓게 한다.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사또가 시키는 일이니 아랫사람들은 밥상을 차려 한밤중에 산에 가져다 놓고 숨어서 지켜본다.


그런데 밤이 깊어지자 정말 하얀 옷을 입은 저승사자와 염라대왕 일행이 나타나 숟가락을 들고 쌀밥과 국을 퍼먹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흐뭇한 표정으로 그 어두운 곳에서. 밥과 국을 다 먹은 염라대왕은 '이렇게 밥까지 얻어 먹었으니 사또에게 한 번 가보자'라고 말한 뒤 뿅, 하고 사또의 집무실로 순간이동을 한다. 거기서 장원급제를 한 아들의 아버지가 예전엔 상놈이었는데 그 집에 묵은 나그네의 엄청난 재산을 탐하여 그날 밤 그를 죽이고 그 돈으로 가짜 양반이 된 것이라는 자초지종을 들려준다. (범인이자 대감 역은 탤런트 김진태가 열연했다). 얘기를 들은 사또는 이 엄청난 사달의 장본인을 찾아 족치고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로해 준다. 마자막엔 "지금도 경기도 강화 어디어디에 삼남매 바위가 생겨나게 된 내력에 대해 전해 내려오는 전설입니다."라는 그 유명한 나레이션으로 끝을 맺게 되는데...


왜 이 얘기를 이렇게 길게 늘어놓는가 하면 어제 뒤늦게 찾아 읽은 김혼비의 경향신문 칼럼에서 명절마다 찾아와 제삿밥을 퍼먹는 조상님의 이야기가 전설의 고향 시추에이션과 너무나 똑같았기 때문이다. 나도 어렸을 때는 귀신을 무서워 하면서도 도대체 귀신들은 무슨 사연으로 그렇게 힘이 세지고 능력이 좋아져서 순간 이동을 하고 염력을 부려  다른 사람들을 해칠까, 죽으면 누구나 다 그런 능력이 공평하게 주어지나, 하며 궁금해 하던 적이 있었는데 비로소 그 비밀을 푼 것 같다. 귀신은 전설의 고향 PD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그 이전엔 귀신이나 유령, 하늘님, 하르츠 등등의 이야기로 뭔가 재미를 보거나  두려움을 만들어 누렸던 목사나 제사장 비슷한 인간들이 만들어 낸 것이고. 그리하여 오늘의 결론: 귀신은 없다. 명절 때 조상님들도 배가 고파서 찾아 오시는 건 아니다  그러니 젯밥에 너무 신경 쓰지 말자.


(아래 링크는 김혼비의 칼럼 : 우리 조상님이 밥 안 준다고 저주하는 ‘소시오패스’일 리가 없잖아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9202046005&code=9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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