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소행성 이야기
아침에 아내가 미역국을 끓였는데 너무 맛있어서 놀랄 지경이었다. 특히 국물의 질감이 너무 좋았다. 물어보니 4년 묵은 간장으로 간을 했더니 맛이 살아난 것 같다고 한다. 밥도 오분도쌀로 지어서 더 쫄깃하고 맛이 더 좋았다. 아내는 장을 사 먹으면 편하고 좋은데 직접 담근 간장 된장이 너무 맛있어서 그러질 못한다며 웃었다. 밥을 먹으며 라디오로 '김창완의 아침창'을 들었다. 결혼식장에서 부케가 잘 못 날아가 김 대리 옆에 있던 과장님이 받았단다. 얼떨결에 부케를 받은 과장님이 "부케를 남자가 받아도 되나?" "부케 받고 6개월 안에 결혼 안 하면 평생 못 한다던데 괜찮을까?"라고 계속 묻는 바람에 듣는 김 대리가 힘들었다는 사연이었다.
나는 "부케 같은 이야기는 의외로 생명력이 길다"면서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에서 읽었던 '빨간 글씨' 얘기를 했다. 강의실에 모인 사람들에게 빨간색 볼펜으로 이름을 쓰면 그 사람이 죽는다는 속설이 있는데 그 말을 믿느냐고 물었더니 다들 안 믿는다고 하면서도 막상 자기 이름을 써보라고 했더니 망설이더라는 것이다. 아내는 "나는 그런 거 신경 안 쓰는데. 빨간색으로도 이름 잘 써."라고 말했다. 역시 그런 거 신경 안 쓰는 아내를 만나서 다행이다, 라고 쓰려다가 생각해 보니 미역국을 맛있게 끓이는 아내를 만난 게 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그렇게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