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낮술 하는 사진을 보내왔다

공처가의 캘리

by 편성준

아내가 낮술 하는
사진을 보내왔다.
조금만 마시라는
메시지를 보내려다
사진을 다시 보니
이미 소주가 두 병이었다.

회사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러 음식점에 가면 가끔 낮술에 거나하게 취해 있는 사람을 볼 때가 있었다. 심지어 월요일 점심시간에 그런 사람도 있었다. 한심해 보였지만 약간 부러운 마음도 있었다. 낮술에 취할 수 있다는 건 지금 술잔을 앞에 두고 함께 앉아 있는 사람 말고는 오후에 더 중요한 일이 없다는 뜻이니까. 그렇다면 그 술자리는 아주 중요한 일이 있거나 반가운 사람이 와서 만들어진 좌석일 것이다,라고 마음대로 상상을 해보곤 했다.

점심을 먹고 잠깐 동네를 산책하고 있는데 아내가 낮술 하는 사진을 보내왔다. 아내는 가끔 친한 사람들과 일 얘기를 할 필요가 있을 때 낮술을 마신다. 오늘 만나는 사람도 예전부터 아내가 잘 알던 작가다. 이야기가 기분 좋게 진행되고 있으니 그런 사진을 보내왔을 것이다. 사실 나도 저녁에 술 약속이 있다. 딸과 함께 제주 여행을 온 친구가 오늘 딱 하루만 보자고 했기 때문이다. 아내가 깰 때쯤 나는 취할 것이다. 둘 다 숙취 없는 내일이 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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