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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Dec 17. 2019

성북동 구포국수

동네 단골집 하나 소개합니다



동네에 단골 술집이 하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그야말로 천지차이다. 나 혼자 살 때는 다른 동네로 새로 이사 갈 때마다 밤늦게 혼자 갈 수 있는 술집을 물색해 놓곤 했었다. 결혼 후에도 아내와 함께 가는 술집이 두세 군데는 늘 있다. 성북동으로 이사 온 지 3년이 되었는데 가장 자주 가는 단골집은 역시 구포국수다. 얼마 전까지 인기 드라마였던 [동백꽃 필 무렵]을 찍었을 정도로 핫플레이스가 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우리 둘이 아무 때나 가서 전 하나만 시켜놓고도 한라산 소주를 마실 수 있는 곳이라 좋다. 오늘은 아내와 밖에서 저녁을 먹은 뒤 그냥 집으로 들어가기 뭐해서 소주 딱 한 잔만 하자고 하고 들어가 내년에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내년엔 '성북동 소행성'의 이름으로 독자들의 공감을 얻을 만한 책을 봄여름가을겨울 시즌마다 네 권은 꼭 내기로 했다. 그리고 내 책도 따로 두 권 정도는 낼 생각이다. 그런 얘기를 하던 중 올해부터 뭔가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분들을 선정해 작은 상을 드리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물론 그분들은 이런 상을 받을 걸 전혀 예상하지 않고 있었겠지만 우리에겐 정말 큰 영향을 끼친 분들이고 뭔가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 계기를 준 분들이라 아내가 담근 '된'장을 상품으로 드리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던 것이다. 아내는 된장 상품 아이디어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지리산 고은정 선생의 레시피로 담근 정말 맛있는 된장입니다).  

지난주엔 구포국수에서 우리 부부의 친구인 손영연 씨와 술을 마시다가 김어준을 목격하기도 했다(사실 김어준은 성북동 길에서도 자주 마주치긴 한다). 김어준이 옆 테이블에 앉은 모르는 여자분이 기념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자 스스럼없이 브이 싸인을 하며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을 본 아내가 "와, 사진을 순순히 찍어주네? 저란 거 잘 안 해줄 것 같이 생겨가지고."라고 말했다. 물론 김어준 말고도 이 가게에서 마주치는 배우나 음악인들은 부지기수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무심한 척하는 동네 손님들을 보는 것도 참 좋다. 이래저래 성북동은 오래오래 살고 싶은 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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