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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Dec 27. 2019

오십견과 아버님

특급 정형외과, 안산 에이스병원






안산의 에이스병원 독서모임인 ‘성장판’ 멘토링을 하러 오는 목요일 오후에 정재훈 원장님 진료 예약을 하고 MRI 촬영도 하기로 했다. 서너 달 전부터 오른쪽 어깨가 너무 아파서였다(우리가 함께 읽고 얘기한 책은 [90년생이 온다]였다).

진단 결과는 오십견과 신경 손상. MRI로 신경망을 자세히 들여다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졸지에 간단한 시술이 필요하니 입원을 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다행히 4인용 병실 중 침상이 하나 남아 있었다. 저녁부터 물도 마시지 못하는 금식 명령도 떨어졌다.

“안녕하세요? 강의 잘 들었습니다”
오늘 아침 침대에 실려 수술실로 들어가는 길에도 의사 선생과 직원들이 앞다투어 인사를 한다. 얼마 전 이 병원 전 직원들을 상대로 직장인 글쓰기 특강을 한 번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가는 곳마다 과분한 친절을 받는 특급 환자가 되었다.

마취를 시작한다고 말하는 의사 선생들과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벌써 시술이 끝났다고 한다. 이상하다. 나는 잠든 기억이 없는데.

마취가 깨기 시작하자 어깨에 엄청난 통증이 왔다. 시술을 하면서 어깨를 꺾고 팔을 펴고 뽑고 해서 그렇단다. 통증이 끝나자 어깨가 놀랄 만큼 부드러워졌다.

오늘 오후에는 물리치료실에서 여러 가지 치료를 받고 재활 운동법을 배웠는데 도수치료하는 분도 지난번 강의 잘 들었다면서 정성껏 치료를 해주었다.

병실로 다시 올라오니 조무사들이 달려와서 또 혈압과 체온을 재고 당뇨를 체크한다.
“아버님, 혈압하고 체온 좀 잴게요.”
“저, 애 없거든요?”
“호호, 아버님 애 없으시대.”
“어머.”

조무사 한 분이 웃으며 옆 조무사의 어깨를 친다.

“죄송해요, 아버님.”
“네. 괜찮아요.”
나도 웃음이 나온다. 오늘내일까지는 그냥 아버님으로 살기로 했다. 오십견도 걸린 주제에 뭘.


(*저를 돌봐주신 분들은 간호사가 아니라 조무사분들이었습니다.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직군명을 조무사로 정정합니다. 그리고 간호사분들도 아버님이라 부릅니다)


따로 가져간 종이책이 정세랑의 [덧니가 보고싶어]뿐이라 두 번째 읽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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