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지하철에서 진한 금발로 염색한 여자 뒷모습을 보면 묻고 싶어진다

by 편성준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아주 샛노란색으로 염색한 여자를 보았을 때 문득 달려가 머리를 그런 색으로 염색할 때 당신에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고 싶어졌다. 물론 "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냥 한 거 예요. 아무 생각도 없었어요." 라는 대답이 돌아올 게 뻔하지만. 신상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헤어 컬러를 강렬하게 바꾼다는 게 너무 상투적인 일이니까.


예전에 스포츠서울인가에 전유성이 썼던 글이 떠오른다. 개그맨 후배랑 이대앞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후배가 아주 초라한 행색을 한 초로의 남자를 발견하더니 반갑게 달려가 뭔가 얘기를 나누더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곧 그 후배는 남자에게 냅다 빰을 한 대 맞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가서 뭐라고 했길래 뺨을 맞았냐고 물었더니 후배가 하는 말이 '아저씨는 어렸을 때 꿈이 뭐였는데 지금 여기서 이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서 계세요?'라고 물었단다. 맞을 만한 짓을 했다는 게 당시 전유성의 클로징이었던 것 같다.


그래. 남이야 금색으로 염색을 하든 똥색으로 염색을 하든 상관하지 말자. 당장 나에게 닥친 일도 처리하지 못해 쩔쩔매면서 무슨 남의 일 참견이냐. 오늘도 일하러 일찍 회사에 나온 주제에.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극장에서 봐야할 이유가 충분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