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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an 18. 2020

부재의 기억

아카데미 영화제 다큐멘터리 후보작을 보고


부재의 기억



1  
배가 침몰했을 때 청와대는 승객들의 안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이 해경에 계속 전화를 해 대통령에게 보고할 사항들만 챙겼다. 나중에 사고 당일 아침 대통령의 행적을 묻는 질문에 김기춘 비서실장은 "대통령은 직접 구조를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대답했다.

2
하루 종일 침실에 누워 있던 박근혜 대통령은 오후 5시쯤 대책본부에 나타나 "애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던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라는 전혀 정보를 접하지 못한 사람이 물을 법한 질문을 했다. 그녀는 나오기 전 머리를 너무 곱게 빗으면 안 되니까 몇 가닥 정도는 흐트러뜨리는 세심한 연출을 했다고 한다.

3
대통령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해경은 에어포켓 안에 공기를 주입하는 척을 했으나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그냥 물속에 들어가서 호스를 배 어딘가 매 놓고 나왔다고 한다. 쇼를 한 것이었고 그들은 이미 에어포켓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한다.

4  
참고인 자격으로 재판정에 나온 김관홍 잠수사는 말한다. "고위 공무원들에게 묻겠습니다. 저희는 그 당시 생각이 다 나요. 잊을 수 없고, 뼈에 사무치는데...사회 지도층이신 고위 공무원께서는 왜 모르고 왜 기억이 안 나는지." 세월호 희생자들 수십 명을 수습했던 김관홍 잠수사는, 김탁환의 소설 [거짓말이다]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김관홍 잠수사는 그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해 결국 이 년 후 자살했다.

5
침몰한지 3년 만에 세월호가 겨우 인양되었다. 아이들이 수장된 배에 접근하려는 유족들에게 경찰은 기다리라고 말하며 접근을 불허했고 아이 어머니들은 가로막은 철망을 발로 차며 외쳤다. ""기다리다가 죽었다고. 애들이 기다리다가 죽었다고! 뭘 기다려, 응?" 상부의 명령에 따라 유족들을 막아선 경찰들 중엔 눈물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6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재직하던 이정현 의원은 오로지 대통령의 심기만 챙기느라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방송(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 비판은 좀 지나고 나서 해달라”, “(보도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거나 말만 바꿔서 녹음을 다시 한번 해달라”고 하는 등 방송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되었고 이제 유죄 확정 판결까지 내려졌으나 구속이 아니라 벌금만 내기 때문에 여전히 의원직은 유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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