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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an 24. 2020

메뉴에 보이는 진심과 자부심

고기리막국수

용인에 있는 고기리막국수에 다녀왔습니다. 예전 가게터에서 3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한지가 꽤 되었는데 드디어 시간을 내 새로운 건물에서 막국수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는 들기름막국수가 명물인데 놀랍게도 메뉴판엔 들기름막국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메뉴라는 자부심 때문에, 아니면 아는 사람들끼리만 은밀히 공유하는 즐거움을 더해 주기 위해 그런 것 아닐까 마음대로 이유를 상상해 보았습니다. 막국수가 맛있어 봤자 거기서 거기지 뭐 호들갑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막상 가보니 고기리막국수는 확실히 줄을 서서 먹을 이유가 있더군요. 모든 게 예전보다 나아졌습니다. 일단 대기 시스템도 전화번호 입력과 전광판으로 바뀌어 편리하고 테이블 회전이 빨라 대기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더군요.

우리는 수육과 들기름막국수, 비빔냉면 등을 시켰습니다. 들기름막국수는 구수한 들기름과 막국수의 깔끔함이 어우러져 혀를 희롱했고 비빔냉면과 물냉면도 다른 치장 없이 본연의 맛에 충실했습니다. 특히 수육은 전보다 훨씬 부드럽고 싱싱해진(?) 느낌입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저 혼자만 천 원짜리 동동주 한 사발을 시켜서 마셨습니다. 김치를 세 번이나 더 청해서 먹을 정도로 맛이 좋아 결국 세 명이 다섯 그릇을 비우고 말았습니다.

음식과 함께 가져오는 테이블 번호판엔 추가 메뉴가 쓰여 있습니다. 세심하게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이는 서비스였습니다. 더 놀라운 건 메뉴판에 표시된 ' '아기국수 무료'라는 가격이었습니다. 아기국수는 돈을 받지 않는다는 게 별 거 아닐 수도 있지만 어쩌면 고기리막국수가 왜 계속 번창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김윤정 대표의 음식에 대한 열의와 한결 같은 겸손은 업계에서도 유명하다고 하죠. 김윤정 대표는 글도 잘 씁니다. 페이스북을 찾아보니 얼마 전 다산북스와 계약을 했다고 합니다. 6월 출간을 목표로 책을 쓰고 있다고 하니 기대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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