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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Mar 07. 2020

봄비 나리는 날 지리산에서

아내와 함께 렌터카를 타고 지리산에 왔다

봄비가 나리는 날 지리산에 내려외  축촉히 젖은 산길을 걷는 아내와 나는 봄비가 나리는 날엔 이은하의 봄비를 불러야 하는 것 아니냐 아니야 박인수의 봄비도 있어 이러면서 기어이 연식을 뽀록내고야 마는 것이었다. 김추자의 봄비도 생각이 안 나고 장범준의 봄비도 모르는 우리는 그저 떨어지는 봄비 소리를 들으며 속절없게도 꾸역꾸역 옛 생각에 잠기는 것이었다. 중학교 때 우리 반에 이춘우라는 놈이 있었는데, 한문 선생이 공부 못하는 춘우 머리를 사랑의 매로 꽁 때리면서 봄 춘에 비 우, 봄비라! 이름 하난 끝내주게 지었네,라고 감탄을 했었고 공부를 지지리도 안 하던 춘우는 고등학교도 떨어졌었는데 그 뒤론 본 적이 없는데 지금 걔도 어디선가 고즈넉이 이 봄비 소리를 듣고 있을까나. 아아 나는 어쩌다 생겨 나와 이 봄비 소리 듣느냐 묻지도 말아라 내일날은 내가 부모 되어 알아 보리라...라니. 동무 이거이 어인 망발이오 우리는 이미 너무 늙어 부모가 될 수 없으니 당신과 나는 그저 봄비 오는 소리나 듣다가 늙어 죽으면 되는 거 아니갔소 하면서 오늘의 헛소리를 마치는 것이었는데. 비 나리는 지리산 실상사 옆길 산수유꽃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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