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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Apr 05. 2020

순자의 권리

걱정은 쓸 데 없이 걱정이 많은 인간들이나 하는 것이다


산책 삼아 아래에 있는 한옥 공사 현장에 다녀왔다. 일요일 아침이니까 집에서 입던 곰바지를 그냥 입고 갔다 올까 하다가 에이 그래도, 하고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나갔다가 돌아오니 침구  아무렇게나 벗어놓고  곰바지 위에 순자가 오도카니 앉아서 나를 쳐다본다. 새로 바뀐 사료는 맛이 없는데 이것들이  자꾸  사료를 주는 걸까? 같은  말고는 아무 생각이 없는 순자.   번도 아저씨나 아줌마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을 하지 않는 순자. 코로나 19 사태가 지속되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뉴스에도 관심이 없는 순자. 아무 걱정이 없는 순자가 부러우면서 또한 위로가 된다. 고양이까지 뭔가 걱정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라면 그것은 얼마나 끔찍한가. 걱정은   없이 걱정을 많이 하는 인간들이나 하는 것이다. 천적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정글의 짐승들이나 하는 것이다. 성북동 소행성에서 로열 캐닌 사료를 먹고사는 순자는 그런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주인과 달리 순자는 고고하고 당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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