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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May 05. 2020

그냥 보면 모른다, 사서 봐야 안목이 생긴다

갤러리 물 : 조조(趙造)의 두 번째 골동 이야기

오래된 서랍으로 만들어진 거울이 눈에 띄었다.
흙 속에 묻혀 있었다는 비뚤어진 항아리가 사랑스러웠다. 개화기에 방짜로 만들어진 잉크병들은 너무나 앙증맞았다. 약사발 딱 하나만 올려놓을 수 있는 약상은 기가 막혔다.
벽에 걸린 소반도, 바닥에 놓인 테이블들도 모두 옛것을 사랑하는 어떤 한 사람의 손길에 의해 마치 새 생명을 얻은 것처럼 반짝거렸다.  

조조(趙造)의 두 번째 골동 이야기 -
조인성 선생의 옛 물건들에 대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효자동 갤러리 우물에 갔었다.

전시회 팸플릿에는 '옛것들을 천천히 마음에 들이고 나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친구가 되는데 바쁘면 그 마음은 사라진다'는 조인성 선생의 글이 쓰여 있었다.

조인성 선생이 와서 흙속에서 캐낸 항아리의 잔주름들을 보여주며 옛것이 어떻게 우리 마음속으로 들어오는지를 직관적인 언어들로 설명해 주었다. 우리는 미처 모르고 있던 골동품의 가치와 의미를 오히려 눈 밝은 일본인들이 가져가 즐기는 경우도 많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벽 한쪽에는 '맥심커피를 하루에 열 개도 넘게 타 먹는 사람'이라고 조인성 선생을 소개하면서 그런 그가 어느 날 중국에서 오래된 토기를 구한 뒤 호텔에 돌아와 욕조에 물을 받고 토기를 담그면 몇 백 년 된 토기의 흙향기들이 방 안에 퍼졌다고 자랑한 이야기를 쓴 글이 붙어 있었다.

누가 쓴 글이냐고 이세은 관장님에게 물으니 보안여관 디렉터 최인선이 인스타그램에 쓴 글인데  너무 좋아 저자의 허락을 받고 가져왔다고 한다.

이렇게 좋은 옛것들이 다 어디 숨어 있다가 한자리에 와장창 모인 걸까 궁금해진 아내가 "이런 안목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요?"라고 관장님에게 물었더니 
"안목은 사 봐야 생깁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다. 좋아한다고 말로만 백 번 해서는 소용이 없다. 돈과 시간과 사랑을 쏟아야 비로소 안목이 생긴다. 아내와 나는 이것이야말로 '오늘의 명언'이라고 말하며 꼬리를 내렸다.

아내가 구한말에 만들어진 나무 밥통을 보고 흥분해 
고은정 선생에게 카톡으로 사진을 찍어 보냈더니 단숨에 그 밥통을 구입하겠다는 선생의 답글이 왔다. 좋은 걸 알아보는 사람에게 좋은 물건이 가는 현장을 우연히 목격한 것 같아서 괜히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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