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처가의 캘리
아침에 책상을 정리하다가
안 쓰던 로트링펜을 찾아냈다
아내와 내가
이사라는 고통스럽고 고된
작업을 결심한 것도
안 쓰던 꿈을 다시
찾으려는 마음에서였다
한옥으로 이사를 온 지 열흘쯤 되었다. 아직은 날마다 텅 빈 마당을 보는 게 낯설고 안채 바닥에 누우면 뼈대처럼 보이는 천장의 서까래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살던 양옥집이 높은 곳에 있고 다소 좁긴 했지만 그리 나쁘진 않았다. 아파트를 떠나 처음 이사 간 단독주택이라 거기서 만든 특별한 추억도 많았다. 그런데도 굳이 무리를 해가며 이런 고생과 걱정을 또 하게 만든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아마 오늘 우연히 찾아낸 로트링 펜처럼 잊힐 뻔했던 꿈을 다시 찾으려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나는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글쓰기라는 새로운 삶을 택했다.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제부터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것이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그녀가 앞으로 기획하고 만드는 음식이나 책이나 공간 등은 느리지만 천천히 쌓이고 서로 스며서 어느 순간 의미가 될 것이다. 나의 작업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가 지은 지 80년 된 도시형 한옥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에 자주 노출하는 이유는 그저 자랑을 하거나 스스로를 비웃고 싶어서가 아니라, 순간순간 우리의 생각이나 태도를 통해 사람들이게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다. "이런 생각은 어때요?" "이런 삶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사람들은 댓글로, 좋아요로, 또는 화나요 등으로 우리 질문에 대답해 준다. 고마운 일이다.
코로나 19로 인한 팬데믹 시대를 맞아 이런 질문과 대답은 더 중요하고 소중해졌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어떤 삶이 바람직한 인생인가. 아내와 나는 그 화두를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질문을 던져볼 생각이다. 질문이 좋을수록 답도 훌륭해진다는 생각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