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담벼락에 대한 단상
생각해 보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이나 사진은 시간이 남을 때 뭔가 떠오르면 이런저런 거 재지 않고 그냥 급하게 올리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쌓이고 공유되어 사이버 상의 내 상태가 만들어진다. 일종의 왜곡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건 다 내가 만들어내는 허상이므로 어디 가서 억울하다고 하소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예전에 페이스북에 내가 올린 글들이 다시 올라오는 걸 보면 그걸 작성할 때 내가 어땠는지 거의 기억나는 편인데 게시물의 내용이 그걸 쓸 때의 감정과는 딴판일 때가 많아 약간 서글퍼지기도 한다. 스트레스가 아주 많을 때 즐거운 척을 하거나 바쁠 때 좀 무료한 척을 하는 식이다. 일종의 방어기제가 작동해서 그럴 것이다. 내가 그렇다면 다른 사람도 비슷할 것이다. 늘 활기차 보이는 사람도 실제로는 우울할 수 있고 희망적인 삶을 사는 척하는 사람이 사실은 절망에 빠져 있을지도 모르다.
요즘 아내가 매일 아침 한옥 마당의 담벼락 사진을 찍어 올린다. 어제는 그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페이스북의 '담벼락'이라는 용어를 다시 한번 곱씹어 보게 되었다. 혹시 페북 담벼락의 글들이 그 사람의 본모습이 아니라 내면을 가로막은 벽(Wall)에 가까운 건 아닐까. '저는 잘 있습니다'라는 말이 혹시 안을 들여다볼 수 없게 천막을 치고 거기 쓰여 있는 '통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빠른 시간 내에 공사를 끝내겠습니다'라는 인사말처럼 의례적으로 하는 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오늘 문득 떠오른 친구가 있다면, 아니면 오래 못 본 사람이 있다면 담벼락만 쳐다보지 말고 전화를 걸거나 직접 만나자고 해서 밥을 먹자. 코로나 19 핑계만 대지 말고 마스크 쓰고서라도 손 씻고서라도 만나자. 가끔은 정말 잘 지내고 있는지 눈으로 손으로 확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