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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un 11. 2020

저는 잘 있습니다

페이스북 담벼락에 대한 단상

생각해 보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이나 사진은 시간이 남을  뭔가 떠오르면 이런저런  재지 않고 그냥 급하게 올리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쌓이고 공유되어 사이버 상의  상태가 만들어진다. 일종의 왜곡이라고   있지만 그건  내가 만들어내는 허상이므로 어디 가서 억울하다고 하소연할  있는 것도 아니다. 예전에 페이스북에 내가 올린 글들이 다시 올라오는  보면 그걸 작성할  내가 어땠는지 거의 기억나는 편인데 게시물의 내용이 그걸  때의 감정과는 딴판일 때가 많아 약간 서글퍼지기도 한다. 스트레스가 아주 많을  즐거운 척을 하거나 바쁠   무료한 척을 하는 식이다. 일종의 방어기제가 작동해서 그럴 것이다. 내가 그렇다면 다른 사람도 비슷할 것이다.  활기차 보이는 사람도 실제로는 우울할  있고 희망적인 삶을 사는 척하는 사람이 사실은 절망에 빠져 있을지도 모르다.

요즘 아내가 매일 아침 한옥 마당의 담벼락 사진을 찍어 올린다. 어제는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페이스북의 '담벼락'이라는 용어를 다시 한번 곱씹어 보게 되었다. 혹시 페북 담벼락의 글들이  사람의 본모습이 아니라 내면을 가로막은 (Wall) 가까운  아닐까. '저는  있습니다'라는 말이 혹시 안을 들여다볼  없게 천막을 치고 거기 쓰여 있는 '통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빠른 시간 내에 공사를 끝내겠습니다'라는 인사말처럼 의례적으로 하는 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오늘 문득 떠오른 친구가 있다면, 아니면 오래   사람이 있다면 담벼락만 쳐다보지 말고 전화를 걸거나 직접 만나자고 해서 밥을 먹자. 코로나 19 핑계만 대지 말고 마스크 쓰고서라도  씻고서라도 만나자. 가끔은 정말  지내고 있는지 눈으로 손으로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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