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MBN 생생정보마당에 나옵니다
방송국 프로그램 작가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번에 아침방송을 개편하면서 '랜선 집들이'라는 코너를 만들었는데 거기에 우리 집을 소개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마 도심 속 한옥이라서 그런 것 같았다. 서촌 한옥에서 살던 '김정훈 선생'에게 추천을 받았다고 했다. 약간 망설였지만 아내와 의논을 한 뒤 한 번 출연해 보기로 했다. 방송국에서 오면 무슨 얘기를 할지 노트에 메모를 하면서 아내와 다시 한번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이 집을 택할 때 한옥보다는 골목 안에 있는 조용한 단독주택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었었다. 성북동 소행성(小幸星)은 '작지만 행복한 집'이라는 뜻으로 내가 지은 집 이름이다. 흙벽 교체 작업을 하면서 벽지 맨 안쪽에 도배되어 있던 쇼와 14년(1939년) 날짜의 신문지를 발견했으니 이 집은 지은지 최소한 80년은 넘은 듯하다. 어디가 제일 좋으냐 물으면 텅 빈 마당의 무용함이 가장 좋다고 대답하자. 비가 오는 날 툇마루에 앉아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면 너무 좋다. 내 서재가 있는 마루 왼쪽은 글과 관계된 '문(文)'의 공간이고 주방이 있는 오른쪽은 '식(食)'의 공간이 되도록 아내가 큰 기획을 했다. 우리 집은 사람들이 많이 놀러 오는 '느슨한 개방감'이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 그러나 무조건 사람을 불러 모을 생각은 없다. 놀러 왔던 친구가 늦은 밤 편하게 자고 갈 수 있도록 손님방을 마련한 것도 그런 의미에서였다. 한옥전문 목수인 임정희 목수님이 없었으면 이 집은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요즘 코로나 19 때문에 수영장에 못 가는 어린이들이 가끔 우리 집 마당 미니풀장에서 놀다 간다......
방송국 PD와 작가가 왔을 때 이런 내용으로 인터뷰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좋다고 했다. 작가는 내가 노트에 메모했던 걸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가도 되겠냐고 물었다. 대본 쓸 때 참조를 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월요일에 인터뷰를 했고 목요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촬영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방송국은 MBN이고 프로그램 이름은 생생 정보마당이다. 다음 주 월요일 아침 9시 30분부터 방송된다고 한다.
오늘 마루에 앉아 노트북에서 뭘 좀 찾다가 '공사 4일째’라는 폴더가 있길래 들어가 봤더니 벽체를 헐어내고 공사를 할 당시의 심란한 사진이 몇 장 들어 있었다. 임 목수님과 아내가 서 있던 구도에 대들보 위치를 맞춰 다시 한번 사진을 찍어보았다. 불과 몇 달 전 일인데 벌써 아득하게 느껴진다. 에어컨을 켠 채 이 메모를 작성하고 있는데 사진 속의 아내는 겨울 외투를 입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