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다산의 처녀]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궁시렁 궁시렁 혼잣말을 하다가 한밤중에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던 냉동만두를 꺼내 찜통에 찌고 클라우드 500ml 캔을 하나 따서 마시며 문정희 시인의 [다산의 처녀]를 생각 없이 뒤적였다. 시집을 건성으로 넘기다가 <문어>라는 시가 너무 웃기고 통쾌해서 밑줄을 박박 긋다가 급기야 공처가의 캘리를 하나 써야 했다. 사실 공처가와는 아무 상관없이 문정희 시인의 시 중 일부분을 볼펜으로 베낀 것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 시가 너무 좋다. 오늘 밤은 이렇게 마감을 하자. 맥주캔을 하나 더 따고 싶지만 참자. 아내는 지금 서울에 없지만 그래도 아내를 무서워하는 건 계속해보자. 몸이 멀어진다고 무서운 것까지 해이해지면 그건 진정한 공처가가 아니지 않은가. 에잇, 오늘 생각이 너무 많았다. 내일 아침에는 먹물 한 점 없는 깨끗한 문어로 다시 태어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