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책을 더 재미있게 읽는 방법
오래된 습벽 중 하나가 소설책을 읽기 전 그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한 페이지만 먼저 읽는 것이었다. 앞뒤 맥락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당연히 이해를 못하고 그냥 읽는다. 그리고 처음부터 책을 읽어나가다가 문득 그 페이지와 마주치면 이상하게 반가워지는 것이었다(서점 매대나 책꽂이에서 읽은 뒤 나중에 우연히 그 책을 사서 집에서 읽으면 반가움은 배가 된다). 그땐 이해하지 못하고 읽었던 상황을 확실하게 장악하는 쾌감 때문일까. 변태다. 그뿐이 아니다. 노트에도 중간 빈 페이지 아무 데나 메모를 가끔 해놓는다. 그리고 처음부터 노트를 사용하다가 중간에 그 메모를 발견하고는 '아, 그때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하고 반가워한다. 변태다. 어렸을 때의 꿈은 섹스 변태였는데 결국은 책 변태가 되고 말았다. 억울하다.
(여기서 퀴즈 : 제가 미리 아무 데나 펴서 읽고 밑줄까지 그어놓은 이 책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정답을 맞히시는 세 분께는 나중에 우연히 만나면 커피 한 잔씩 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