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성준 Jul 29. 2020

교활하고 능숙한 이야기꾼의 솜씨

길리언 플린의 <나는 언제나 옳다>

'섹스와 협잡과 두뇌싸움이 한 데 어우러진 단편을 쓰시오. 계층이나 싸이코패스가 들어가면 더 좋고.'라는 문제를 냈을 때 이 정도면 만점을 받지 않을까 하는 소설을 읽었다. 길리언 플린의 <나는 언제나 옳다>라는 단편이다. 코로나 19 때문에 문을 닫았던 아리랑도서관이 다시 개관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서 회원증을 만들고 책을 빌렸다(사실은 책 빌려본 지가 하도 오래돼서 그냥 시험 삼아 대출을 해봤다). 서가를 배회하다가 우연히 [나를 찾아줘] 옆에 서 있는 작고 얇은 책을 집어 들었다.


길리언 플린은 [나를 찾아줘]로 2015년에 아카데미 각본상을 탔는데 베스트셀러였던 원작 소설도 이 작가가 쓴 거다. 2015년 데뷔하기 전엔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TV평 영화평 담당기자였다고 한다.  처음 써 본 이 단편으로 에드거 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이를 다시 신중하게 고쳐서 단행본으로 냈다. 우리나라에서는 푸른숲에서 원작과 거의 같은 시기에 같은 형식으로 출판을 했다고 한다. 이야기는 교활하고 유머러스한 서른 살의 전직 성노동자 여성 주인공의 것인 듯 흘러가다가 갑자기 열다섯 살짜리 남자애에게 주도권을 빼앗긴다. 그만큼 재미있다. 윌리엄 윌키 콜린스가 쓴 [흰옷을 입은 여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름에 딱 어울리는 책이다. 한 시간이면 다 읽을 정도로 짧은 중편소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박호산과 아이유, 그리고 [나의 아저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