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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Aug 31. 2020

전공의들께 드리는 진언

집단 파업을 계속하고 계시는 의사분들께 드립니다

사진 출처 : 청년의사(http://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02286)

전공의들이 내부 논의 끝에 파업을 계속하기로 했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의대생들은 의사국가고시를 거부한다고 선언했고, 대한의사협회는 3차 총파업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정부는 협상을 요구함과 동시에 업무복귀명령을 내렸구요. 의료계 사정에 대해 어두운 저는 어쩌다가 일이 이지경이 된 걸까 뒤늦게 궁금해하며 이런저런 기사와 글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의사들이 정부와 부딪히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등 이른바 ‘4대악 의료정책’ 때문이었더군요. 


그런데 이 '악'들을 정부가 의사들의 말은 듣지도 않고 추진하려 하자 전공의들을 중심으로 의사들이 집단휴진을 강행하게 된 것이고요. 의사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법안들을 통과시켜 지역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려한다고 의심을 하고 있더군요. 의사 수를 갑자기 늘리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은 이미 여러 글에서 읽어 이해가 됩니다. 제가 생각해도 이렇게 급하게 정할 게 아니라 좀 더 여러 의견을 수렴해서 확정해야겠지요. 한약 급여화를 하기 전에 필수항암제부터 급여화해야 한다는 어느 의사의 의견도 들었습니다. '한약은 절대 안 된다'는 이기적인 발상만 아니라면 그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겠지요. 


문제는 "의사는 공공제"라는 발언이 그렇게 펄펄 뛴 일인가 하는 것입니다. 의사가 되려면 고등학교 때까지 공부를 매우 잘하고 학교 성적이 뛰어야 한다는 건 모두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려면 부모들의 뒷받침도 필요하겠죠. 그래서 요즘은 의대 입학생 대부분이 강남학군 자제들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부모가 성의껏 밀어주고 본인도 열심히 공부해서 의사가 되었는데 막상 박봉이나 격무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의사 숫자가 부족하는 이유로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함량 미달의 ‘지역의사’를 뽑겠다고 하면 화가 나기도 하겠죠. 네. 이런 마음을 다 이해하더라도 의사가 '공공재'의 성격을 띤 직업이라는 건 변할 수 없습니다. 


의사는 공부 잘하는 학생이 입신양명의 꿈을 펼치기 위한 직업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사람의 건강과 목숨을 다루는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지금 의사와 정부 사이엔 환자가 있습니다. 의사 선생들은 의사와 정부의 입장만 따질 게 아니라 환자의 입장도 잠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번 '집단 휴진'의 당사자는 정부와 의사, 그리고 환자 이렇게 셋입니다. 그중에 가장 약한 사람은 환자고요. 오늘 낮에 밖에 나가 보니 동네 스타벅스가 텅텅 비었더군요. 코로나 19 재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30일 시행되면서 시민들의 삶은 걷잡을 수 없이 피폐해졌습니다. 여기에 내부 투표 결과를 뒤집은 의사 파업 뉴스는 아침부터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찌릅니다. 


저는 의사 선생님들을 미워하거나 욕하고 싶지 않습니다. 대신 진심으로 국민의 편에 서 달라 부탁드립니다. 당신이 자세한 팩트를 몰라서 그런다는 말씀은 말아주십시오. 진리는 복잡한 데 있지 않습니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정의'를 위해 파업을 강행한다면 여러분들을 향한 여론은 차가워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다고 하면서 전광훈 목사 같은 사람과 함께 하는 사람들을 믿지 않듯이 옳은 파업이라고 하면서 최대집 같은 사람과 계속 어깨동무를 하는 분들에게 사람들은 더 이상 귀 기울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제발 오늘이라도 파업을 멈추고 환자 곁으로 돌아와 주십시오. ‘여야와 정부·의료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국회에 만들어 원점에서 재논의하겠다’는 한정애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의 중재안을 다시 한번 검토해 주십시오. 의사 선생들을 계속 존경하는 이웃으로 만나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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