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삼청동 기사에서

주말에 가기 좋은 술집 하나 소개합니다

by 편성준

<토요 심야, 삼청동 기사에서>

낮술을 하고 자다가 애매한 시간에 눈을 뜬 우리 부부는 어쩔 줄 몰라 TV를 켰다가 끄기도 하고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기도 하고 순자를 괴롭히기도 하고 그랬다.

내가 "삼청동 기사에 가서 한 잔 할까?"라고 묻자 비로소 아내 얼굴이 밝아졌다.

아내는 벚꽃과 앵두, 복숭아 등 마당에서 가지치기하면서 꺾어 꽂아두었던 나뭇가지들을 챙기고 신발장 위에 있던 투명 화기도 하나 꺼냈다. 플로리스트인 슬옹씨에게 주면 좋아할 거라는 설명이었다.

택시를 타고 삼청동 수제비 앞에서 내려 기사의 문을 여니 거의 만석이었다. 겨우 두 사람이 앉을자리를 내서 앉아 오뎅과 연태고량주를 시켰다. 슬옹씨가 마침 가게 한쪽에 꽃을 놓고 싶었는데 잘됐다고 하며 좋아했다.

술을 마시며 아내가 어제 봤던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얘기를 했다. 난 감독의 전작인 [킬링 디어]를 보고 봤으면 더 좋았을 거라며 감독의 카메라 워크에 대한 의도를 얘기했고 아내는 그런 시점으로 영화를 다시 한번 보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내가 요즘 넷플릭스에서 보고 있는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얘기를 했다.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돈을 받고 섹스 상담을 하고 있는 주인공 오티스와 그의 사업 파트너인 메이브에 대한 얘기를 했다. 소재는 섹스로 시작하지만 결국 '존재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는 성숙한 이야기 구조에 대한 얘기를 들은 아내가 나중에 그 드라마도 챙겨봐야겠다고 말했다.

옆자리에서 싸우던 커플은 갔고 우리는 연태고량주를 한 병 더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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