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셔츠

건망증이 심한 편입니다

by 편성준

광고회사에 다니는 나는 정장을 입는 일이 드문 편이다. 그러나 가끔 프리젠테이션이 있을 경우엔 넥타이까지 갖춰 매고 발표회장에 선다. 어제도 프리젠터 하느라 양복을 입었다. 입었던 와이셔츠를 동네 세탁소에 맡기려고 아침에 가방에 넣고 나왔다. 전철이 몹시 붐벼 4호선을 타고 충무로역까지 가는 동안은 스마트폰도 꺼내지 못한 채 사람들 사이에 끼어 꼬박 서서 가야 했다.

충무로역에서 전철을 갈아타고 나서야 요즘 출퇴근길에 읽고 있는 책 [메데이아, 또는 악녀를 위한 변명]을 꺼내려고 가방 지퍼를 여니 구겨진 와이셔츠가 보였다. 깜빡 잊고 세탁소를 그냥 지나친 것이었다. 회사 앞 세탁소에 맡길까 하다가 그냥 회사로 가져왔다. 여기서 드라이클리닝을 해버리면 계속 회사에 걸어둘 것 같아서였다. 일찍 퇴근하는 날 들고나가 동네 세탁소에 맡겨야겠다. 근데 이번 주는 계속 야근을 해야 하는데. 세탁소에 간다고 하고 하루 일찍 퇴근을 하는 것도 좀 우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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