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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Nov 07. 2020

아흔 개의 칫솔

실수담이 많은 사람이 부자라고 생각합니다

<아흔 개의 칫솔>

진도로 여행을 떠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아내가 “당신은 당신 칫솔만 챙기면 .”라고 말했다. 내가 먼저 씻었고 아내가 샤워를 하는 동안  오늘 우리집에 와서 순자를 돌봐줄 동네 친구 정옥 씨가 마실 캔맥주를 사기 위해 편의점에 다녀왔다.

신용카드와 대문열쇠, 스마트폰 등을 모두 확인한  집안의 불을 모두 껐다. 고양이 순자는 안방 이불 위에서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다. 가방  개를 나눠 들고 매고 밖으로 나와 택시를 탔다. 가방을 들고 타면서 “안녕하세요?”하고 평소 버릇대로 인사를 했는데 대답이 없길래 앞을 쳐다보니 청각장애인 기사님이었다. 아내가 좌석 위에 붙은 단말기 마이크 버튼을 누르고 “용산역으로 가주세요.”라고 말하니 앞쪽 단말기에 아내가 얘기한 내용이 텍스트로 뜨고 기사님이 오른손 손가락을 동그랗게 말아서 오케이 표시를 했다. 기사님은 듣지 못할 텐데 이상하게 트로트 음악이 작게 틀어져 있길래 아내가 꺼달라고 다시 말했더니(역시 단말기를 누르고) 바로 음악을 꺼주셨다. 용산역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을 들은 우리는 신용카드로 택시비를 지불한  인사를 하고 내렸다. 새벽 5 40분이었다.

용산 KTX 대합실 뚜레쥬르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로 이른 아침을 먹은 내가 작게 비명을 질렀다.

성준 : .
혜자 : ?
성준 :  칫솔을 놓고 왔어.
혜자 : ......
성준 : 깜빡했네.
혜자 : 저기 스토리웨이에 가서 사면 되겠네.
성준 : .
혜자 : 물도   사와.
성준 : .

성준 : 여보. 여기, !
혜자 : 당신이 이렇게  칫솔이  개나 될까?   ?
성준 : 에이. 설마...... 구십 ?
혜자 : ......

씻김굿 전수자 이소영이 진도에서 하는 공연을 보러 간다. 진도씻김굿 보존회에서 활동하는 씻김굿 예능보유자는 물론 전수조교 이수자  쟁쟁한 국악인들의 공연도 함께 펼쳐진다. 이제 칫솔도 생겼으니 즐겁게 다녀오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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