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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Nov 10. 2020

제목은 반전이 없다,  내용엔 반전이 있다

조영주 추리소설 [반전이 없다]

조영주의 추리소설 [반전이 없다]를 금요일부터 시작해 진도를 오가던 주말 KTX 안에서 마저 다 읽었다. 추리소설을 주로 펴내는 두 출판사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이야기인데 범인은 반전의 비밀 부분을 뜯어낸 추리소설로 피해자의 얼굴을 스무 번씩 후려갈겨 죽인다는, 다소 엽기적인 내용이다. '안면인식장애'를 가지고 있는 친전이라는 형사와 전직 배우였던 김나영, 천진과 매번 티격태격하는 중견 형사 정의정 등이 경찰 측이라면 수십 년 전 '도원결의'를 맺은 배민석, 이문석, 김성국 삼총사를 비롯해  백진주, 최세라 등이 피해자 측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결말 부분으로 가면 놀라운 사실이 밝혀진다. 제목은 '반전이 없다'지만 내용엔 엄청난 반전이 숨어 있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조영주 작가는 참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세계적으로 히트한 드라마 [셜록]을 만든 작가와 프로듀서들은 모두 코난 도일의 광팬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폰을 든 셜록 홈즈'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조영주 작가도 마찬가지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광팬이 아니고서야 이런 소설을 쓸 수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성공한 덕후'는 여러 모로 늘 부러운데 조영주가 그런 사람이다. 곳곳에 유머도 숨어있다. 독한 유머가 아니라 착하고 따뜻한 유머다. 열린 결말의 소설을 ‘리들 스토리’라고 한다는 것을 이 소설에서 배웠다. 조영주 작가가 자기는 최근작 [혐오자살]이 이 소설보다 더 낫다고 하길래 둘 다 읽고 그중 하나만 리뷰를 쓰기로 했는데 결국 못 참고 이 소설부터 짧은 독후감을 남기게 되었다. 나도 요즘 책을 한 권 내서 정신이 없으므로 [혐오자살]은 출판기념회가 끝나면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그동안은 '혐오'도 '자살'도 없는 밝은 세상을 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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