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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Nov 21. 2020

강화길의 경우

단편소설 <음복>

한국 소설을 읽는 독서모임 '독하다 토요일'을 하면서도 알게 되었지만 요즘 한국 소설가들은 정말 소설을 잘 쓴다. 지난주에 '서촌그책방' 사장님이 추천해 주신 강화길의 단편 <음복> 또한 뛰어난 작품이었다. 나는 귀가 얇아서 누군가 강화길을 진지하고 골치 아픈 작가로 잘못 얘기하는 바람에(그런 건 또 흘려듣지 않는 단점이 있다) 엉뚱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가 이번 작품으로 만났는데 의외로 유머까지 풍부한 통찰력 있는 글을 쓰는 작가였다.

제사를 지내던 하룻밤 사이에 밝혀지는 집안의 어떤 '비밀' 이야기인데 나는 그 중심축 옆으로 퍼져 있는 '후궁들의 암투를 그린 76부작 중국 드라마'라든지 '의절했던 엄마와 외삼촌' 이야기 등이 작품의 볼륨을 더 풍부하게 해 준다고 생각한다. 뛰어난 작가는 이렇게 쓸데없어 보이는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작품을 더 입체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단편소설은 '2020 2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대상작이다. 강화길 이외에도 장류진, 최은영, 김초엽 등 귀에 익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실려 있지만 보급판이라 책값도 엄청 싸다. 좋은 말로 할 때 한 권씩 사서 읽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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