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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Dec 31. 2020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다가


사람을 좋아한다는  보험 적용이  되는 정신질환이랑 비슷해.” 그녀가 말했다. 벽에 적힌 글자를 낭독하듯이 담담한 목소리로.

어쩌다 함께 잠자리를 하게 된 여자가 “절정일 때 어쩌면  다른 남자 이름을 부를지도 모르는데, 상관없어?”라고 묻고는 실제로 그렇게 한 뒤 자신이 사랑하게 된 남자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일인칭 단수]의 첫 번째 단편 <돌베개에>에 나오는 대사죠. 작품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이런 게 바로 하루키의 매력 아닐까 생각합니다.

9년 전에 저도 그 정신질환에 걸렸지만 보험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똑같은 시기에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기적이 일어났으니까요.

우리는 모두 약간의 정신병자다.  많이 아픈 친구는 병원으로 찾아가고 덜 아픈 친구는 찻집으로 술집으로 불러내서 위로하라. 우리는 서로에게 문병할 의무가 있다. 그게 사는 거다...라고 제 책에 썼는데 코로나 19 때문에 이젠 그럴 수가 없네요.

대신 연말연시에 의례적으로 오는 안부 문자나 전화라도 너무 귀찮아하거나 냉대하지는 마십시오. 누군가 해가 가기 전에 나를 떠올려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잖아요. 사람을 좋아한다는 게 가벼운 정신질환과 같다는데, 그게 병이든 아니든 따뜻한 마음이 실린 답장이야말로 최고의 약이요 선물 아니겠어요? 새해에도 건강하십시오. 올해 못 본 당신, 내년에 웃으면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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