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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돈의 경우

인터뷰 기사를 좋아합니다

by 편성준

‘독하다 토요일’에서 정지돈의 소설 <건축이냐 혁명이냐>를 처음 읽을 때는 최수철이나 이인성, 한유주처럼 뭔가 난해하고 소피스트케이션 같아서 싫었다가 책을 읽은 회원들과 얘기를 하면서 오히려 좋아졌던 경험이 있는데 이 인터뷰를 읽으니 또 한 번 정지돈은 정상적인 생각을 가졌을 뿐 아니라 꽤 괜찮은 마음을 가진 소설가라는 걸 알게 된다.
특히 회사를 그만둔 이유, ‘~씨’라는 호칭에 대한 생각, 책을 좋아하는 이유, 읽는 방법, 글을 쓸 때의 마음 등등 공감 가는 포인트들이 많았던 인터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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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결론적으로 제가 얻은 교훈은 하고 싶은 일, 스스로가 즐거운 일을 해도 된다는 응원이었던 것 같아요. 책을 읽을 당시에 직장인이었는데 회사를 그만두는 데도 큰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2
한국 사회에서는 자기보다 나이 어린 사람이 ‘~씨’라고 하면 불쾌해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저는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선생님’이라고 호칭하면 선이 생기고, 반말을 하거나 형이나 누나라고 얘기하는 건 너무 힘들고 입에 붙지 않아요. 저보다 어린 분들이 저에게 ‘~씨’라고 해도 전혀 상관없고, 뭐라고 부르건 자유롭게 하면서 선을 지키면 될 거 같은데 그런 방식이 저랑 잘 맞았던 거 같아요.

3
전 제가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제 소설의 문제는 이야기가 너무 많다는 점이에요. 이야기가 없는 것이 아니라요. 소위 서사가 없다는 말이 일종의 레토릭이 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파편적이다”, “서사가 없다”라는 말을 어느 순간 어떤 평론가가 어느 시기에 쓰면서 독자들에게 전염이 되고 사람들이 그것을 레토릭처럼 반복하면서 이야기가 많은 작품임에도 없다고 받아들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4
제가 책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어디서든 멈출 수 있고 어디서든 다시 읽어도 되고 어디에나 임의 접속할 수 있는 특성 때문 이거든요. 그래서 영화도 극장에서 볼 때보다 집에서 보는 것을 더 좋아해요.

5
한 단락, 아니면 한 문장만 읽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읽고 멈추기를 반복해도 좋을 것 같아요. 건너뛰고 싶은 부분은 건너뛰고, 읽고 싶은 부분만 반복해서 읽어도 되고, 원하는 부분을 펼쳐서 그냥 읽어도 되고요. 뒷부분을 먼저 읽고 앞을 읽어도 상관없는 그런 독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6
매일 소설을 몇 페이지씩 쓰고 있는데 오늘 글이 너무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들면 정말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요. 정말 날아갈 거 같아요. 제가 사는 곳이 한강 근처거든요. 소설이 잘 써진 날 한강을 산책하면 기분도 아주 좋고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아요. 그다음에 그 글을 다시 보면 ‘어떡하지? 왜 그렇게 못 썼지? 그다음에는 어떻게 쓰지?’라는 마음이 들고 너무 고통스러워요.

http://m.ch.yes24.com/Article/View/43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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