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오는 택배기사 아저씨 이야기
띵동~!
초인종이 울렸다. 인터폰 화면을 들여다보니 우체국 택배기사 아저씨였다. 다른 택배기사들은 박스를 대문 앞에 놓은 뒤 초인종을 누르고 그대로 가버리지만 이 분은 그냥 두고 가는 법이 없다. 문이 열리면 늘 마당 안까지 박스를 들고 들어와서 아내나 나에게 물건을 직접 전해주신다. 아마도 우리 집 한옥 마당을 좋아해서 그런 것 같은데 아내는 그런 아저씨가 고마워서 여름엔 음료수나 간식을 챙겨드릴 때가 많았다. 어제는 막걸리를 좋아하는 손님들을 위해 주문했던 청송백자 컵 여섯 개가 든 박스를 들고 오셨는데 마당으로 마중을 나갔더니 왼쪽 발을 심하게 절며 들어오는 것이었다.
"어, 다치셨네요?"
"조금 아까 접질렸어요."
얼굴이 일그러졌다. 통증이 심한 모양이었다. 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인사를 건네자 아저씨가 안쪽을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죄송하지만... 소염 연고 같은 거 있을까요?"
그 말을 들은 아내가 깜짝 놀라 구급약통에서 소염진통 연고와 붕대를 꺼내 들고 나왔다. 아저씨가 바지를 걷어올리자 퉁퉁 부은 발목이 보였다. 차가운 소염진통제를 듬뿍 짜서 발랐고 아내가 그 위로 붕대를 감았다.
"이 사람이 예전에 마라톤을 한 적이 있어서, 이런 거 잘해요."
"아이고, 사모님이 마라톤을 하셨구나..."
"병원에 가셔야겠는데요."
"병원엘 어떻게 가요? 배달이 이렇게 밀려 있는데."
"그래도 가셔야 해요. 지금 안 가면 오래 고생하시는데. 요 한성대입구역 정형외과에 가서 반깁스라도 하세요."
"병원에 갈 시간이 없어요. 지금도 계속 전화가 오는데..."
손등으로 식은땀을 닦아낸 아저씨는 고맙다고 중얼거리고는 대문 밖으로 나갔다. 골목 바깥에 오토바이가 있을 것이다. 절룩거리는 뒷모습이 처량했다.
누구나 일을 하다 다칠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병원에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아저씨는 물건을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고객들이 있기에 병원 대신 배달을 선택한다. 아마도 개인 사정으로 배달 몇 개를 못하면 항의 전화가 속출할 테고, 그러면 문책을 당하거나 벌점이 주어질 것이다. 한숨이 나왔다. 저 아저씨가 좀 더 부잣집에서 태어났더라면, 조금 더 공부를 많이 했더라면, 아니면 수완이 좋아서 장사로 일찍 성공을 했더라면... 그런 생각을 하다가 치사스러워져서 웃었다. 아내가 저녁밥이 다 되었다고 소리를 질렀다. 밥상 앞에 앉으니 따스한 밥과 맑은 미역국의 향기가 올라왔다. 나는 벌써 아저씨를 잊고 밥을 먹는 데만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