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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Feb 23. 2021

잃어버린 첫사랑

두 번 산 책이 많은 이유

<잃어버린 첫사랑>

책 욕심이 많은 편이었다. 우리 집에 놀러 온 친구들은 책꽂이에 있는 책들을 보며 대단하다고 감탄했고 나는 알량한 서재 자랑 끝에 책을 한 권씩 빼서 그들의 손에 들려 보내기 일쑤였다. 빌려준 책들은 모두 내가 당시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들이었다. 꼭 읽어보겠다고 책을 빌려간 사람 중에 그걸 다 읽고 돌려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나는 쓸쓸해졌다. 누군가 제일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뭐냐고 물었다. 글쎄요. 기억이 안 나요. 다 잊어버렸어요. 사실은 잊어버린 게 아니라 잃어버린 것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게 그거였다. 첫사랑도 그렇다. 모든 첫사랑은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리는 것 아닌가. 그래도 사랑은 또 온다. 지금도 누군가는 내 첫사랑을 책꽂이에서 꺼내 쓰다듬고 있을지 모른다. 아내가 첫사랑이라고 거짓말하고 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에이 나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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