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 『갤러리 아트페어 2021』참관기
전국의 내로라하는 갤러리와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화랑미술제(갤러리 아트페어) 2021에 VIP로 초대되는 영광을 누렸다. 김영미 화백이 코엑스에서 열리는 전시에 우리 부부를 초청했기 때문이다. 원래는 페막일인 일요일에 가가로 했었는데 첫날 VIP 오프닝에 미술 애호가와 콜렉터들이 많이 오고 화랑 대표들도 대화를 나눌 수 있으니 더 흥미로울 것이라는 김 화백의 귀띔이 있었던 것이었다.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의 실내악이 연주되는 대회 입구를 지나자 드넓은 홀엔 화랑 부스마다 대표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미술계 인사들이 곳곳에 서서 인사를 나누거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리서울갤러리' 소속으로 출품한 김영미 화백의 작품을 가장 먼저 감상했다. 김영미 화백은 동물들을 의인화한 작품이 많은데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 역시 독특한 칼러감과 천진한 터치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나는 붉은색과 노란색 굵은 실로 짠 윗도리를 입은 듯한 부엉이 그림을 좋아했고 아내는 꽃을 들고 있는 여인의 모습에 끌린다고 했다. 우리가 리서울갤러리 관장님께 인사를 했더니 관장님은 거의 모든 작품을 핑거페인팅으로 제작하는 김영미 화백의 독특한 작업 스타일에 대해 다시 한번 자세히 설명을 해주셨다.
김 화백께서 다른 작품들도 돌아보라고 해서 여러 화랑을 돌아다녔다. 너무 많은 작품이 있었지만 역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작품들은 따로 있었다. 도자기 위에 천진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와 물감을 흩뿌려 파도 같은 질감의 산을 만드는 작가의 작품이 특히 흥미로웠다. 어느 갤러리 관장님은 독일에 가서 활동하는 몇 년 새 작품 가격이 열 배 이상으로 뛰어오른 작가를 소개하며 뛰어난 작품을 알아보는 안목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기도 했다.
김영미 화백의 오랜 친구이자 평론가인 뉴스핌의 이영란 국장님이 왔다며 소개해 주었다. 이 국장님은 미술품 컬렉션의 의미와 역사에 대한 책 『슈퍼 컬렉터』의 저자이기도 하다.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가 횟집으로 들어갔다. 이 화백이 '슈퍼 컬렉터'를 한 권 사서 우리에게 주려고 했는데 우리가 먼저 책을 구입해서 읽고 있더라는 얘기를 들은 이영란 국장님이 기뻐했고 나는 미술품 사고 모으는 얘기가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일 줄 몰라다는 소감을 말했다. 김영미 화백이 즐겨 마시는 막걸리가 가게에 없어서 할 수 없이 참이슬 프레시를 시켰다. 이 국장님은 20여 년간 「손석희의 시선집중」같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매주 나가서 미술작품과 영화 등을 소개했던 이력에 대해 말했고 그 밖에도 여러 미술품 컬렉션 얘기를 했다. 하다 보니 자연히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삼성의 미술품 컬렉션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이 국장님은 책에서 소개했던 LA의 전설적인 컬렉터 엘리 브로드 같은 사람이 미술품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얘기했고, 나는 이젠 풀이 좀 죽었지만 그래도 기개만큼은 여전한 데미언 허스트의 대담하고 통찰 가득한 '구라'들에 대해 감탄을 늘어놓았다. 내가 요즘 병원에서 준 약을 먹느라 술을 마시지 못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김 화백과 아내가 경쟁적으로 소주잔을 비웠다.
오랜만에 문화의 향기가 진동하는 저녁이었다. 이 전시회는 오는 일요일까지 코엑스에서 계속된다. 107개의 갤러리가 참여하고 500여 명의 작가가 3,000여 점을 쏟아낸다고 하니 놓치지 마시기 바란다. 김영미 화백과 전철에서 헤어져 2호선 플랫폼에 올랐는데 전철이 너무 오랫동안 오지 않아 돌 다 좀 지쳤다. 겨우 전철이 도착했는데 술에 취한 아내가 김 화백에게서 얻은 과자를 전철 안에서 꺼내먹으려고 하는 바람에 기를 쓰고 말려야 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4호선을 갈아탈 때는 정말로 전철이 연착을 해서 다리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기다리는 시간의 지루함을 달래려고 내가 뭔가 바보 같은 농담을 했더니 아내가 '바보 같다'라고 비난을 하길래 "여보, 사실은 나 천재인데 당신 놀랄까 봐 평범한 척하는 거야. 신분 숨기고 사느라 얼마나 힘든 줄 알아?"라고 했더니 취한 와중에도 아내가 피식피식 웃었다. 한성대입구역에 도착하니 어느덧 12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취한 아내는 그냥 자고 나만 양치질을 하고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