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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May 05. 2021

내면의 눈에 헤드라이트를 켜주는 연극

연극 『오일(Oil)』리뷰

이자람이 나오는 연극이라며 아내가 예매를 했다. 석유(Oil) 연대기를 따라가는 여성 서사라는  정도만 알고 극장으로 들어갔다. 가난하고 춥고 어두운 영국 콘월 농장의  거실에서 시작해   정도 시대와 장면이 바뀌는데 그때마다 주요 인물은 메이와 에이미 모녀다. 메이 역을 맡은 이자람의 연기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특히 에이미 역의 박정원과 주고받는 대사 타이밍이 너무나 찰지다. 이자람뿐 아니라 나경민, 곽지숙, 경지은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골고루 뛰어나다. 대사 NG  배우는 역설적으로 가장 선배인 남기애뿐이다.

작가는 돈이나 사랑, 예술, 전염병 등 그 어떤 소재로도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엘라 힉슨의 경우는 석유(Oil)이라는 에너지원을 통해 세상을 보고 역사와 여성의 스산한 삶을 얘기한다. 그가 만든 탄탄한 이야기는 잘 준비된 배우들의 액션과 대사를 타고 관객 앞에 도착한다. 대사가 빠르고 진지한데도 너무나 흥미로워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고 극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전혀 다른 시대처럼 보이지만 첫 장면의 모티브가 마지막 대사에서 수미쌍관으로 연결되는 극본이 절묘하다.

좋은 영화나 소설, 연극 들은 우리가 혼돈으로부터 질서를 찾고 인생에 대한 내밀한 시각을 얻을  있게  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생의 비밀을 찾기 위해 어두컴컴한 극장 안으로 들어간다는  역설적이면서도 재밌지 않은가. 생각해 보니 좋은 연극을   보는 것은 어둑해지는 도로를 달리다가 문득 헤드라이트를 켜는 것과 같다.  앞이 환해지고 살아갈 희망이 생긴다. 최근엔 연극 『오일(Oil)』이 그랬다. 2016 작이지만 국내 초연. 원래 165분짜리 연극을 100분으로 줄였다고 한다. 한남동 더줌아트센터에서 5 9일까지 쉬는  없이 상연한다. 전석 매진이지만 노력하면   있다(관객들의 요청에 따라 객석을 조금  늘렸다고 들었다). 강추한다. 올해의 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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