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낭비하는 방법

글쓰기 방법론(how 2 write)

글을 쓰고 싶다면 너무 좋은 노트를 사지 말라는 바바라 애버크롬비의 충고는 옳습니다. 화려하고 표지가 두꺼운 노트는 쓰는 사람을 긴장시키거든요. 거기엔 뭔가 의미심장하고 중요한 것을 적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비싼 노트 대신 아무렇게나 북 뜯어 버릴 수 있는 용수철 달린 만만한 노트를 하나 사십시오. 그리고 부담 없이 아무 얘기나 쓰기 시작해보세요. 쓰다가 잘 안 되면 북 뜯어 버리고 새로 쓰면 됩니다. 종이가 아깝지 않냐고요? 당신이 어떤 글을 쓰더라도 종이값 정도는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그리고 종이에 쓰는 글은 초고 중의 초고입니다. 요즘 종이 위에서 탈고까지 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컴퓨터 화면과 자판으로 옮겨 가기 전까지 종이 위에서 마음껏 노십시오. 종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낭비하는 방법은 방금 쓴 글을 한 장씩 구겨서 벽에 던져 버리는 게 아니라 망설이다가 한 자도 못 쓰고 빈 노트 그대로 동생에게 물려주는 것입니다. 종이를 거칠게 다루십시오. 노트를 유린할수록 좋은 글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