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국에 산다

일상에서 찾은 작은 행복

by 편성준


오랜만에 술을 마셨다. 요즘은 좀처럼 취하도록 마시지 않는데 어젯밤은 뭐가 그리 즐거웠는지 대취하도록 마시고 말았다. 아마도 술집에서 예전 직장 동료 이향용 씨를 우연히 만나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술을 다 마시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지갑이 없었다. 신분증과 주민등록증, 신용카드 세 장을 한꺼번에 다 잃어버렸다. 늘 들고 다니는 배낭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지갑은 보이지 않았다. 없어질 이유가 전혀 없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다행히 가방 안에 안 쓰던 신용카드가 한 장 있길래 그걸로 계산을 했다.


아침에 회사에 출근을 했는데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내 방으로 들어온 사장에게 어제 지갑과 카드를 잃어버렸다고 얘기했더니 그는 나를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장은 방금 급하게 신규 건 오리엔테이션을 받으러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았으니 얼른 정이건 이사를 만나러 가자고 했다. 나는 미안하고 창피한 마음에 알았다고 대답하고는 얼른 카드회사에 전화를 해서 분실신고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바지 주머니를 뒤져보니 스마트폰도 분실 상태였다. 아아, 나는 어쩌다. 주차장으로 먼저 가 있을 테니 따라오라고 하던 사장의 말이 생각나 급하게 주차장으로 뛰어갔더니 사장의 차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그 새를 못 참고 먼저 떠난 거야? 택시를 잡아 타고 쫓아가야 하나. 나는 택시비도 없는데... 생각하다가 눈을 뜨니 꿈이었다.


옆에는 아내가 누워 자고 있고 나는 회사를 다니고 있지도 않았다. 신용카드도 스마트폰도 그대로 있었고 토요일 아침이었다. 여기가 천국이었다. 나는 천국에 살고 있었던 것이었다. 내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마루로 나가려고 하자 아내가 "물!"이라고 외쳤다. 내가 부엌에서 물을 한 잔 떠다 주자 아내는 "어디 가?"라고 묻고는 어서 와서 자기 손을 주무르라고 명령했다. 내가 손을 주물러 주자 아내는 눈을 감은 채 간밤 내내 꿈을 꾸느라고 한 잠도 못 잤다며 투덜거렸다. 나도 그랬다고 하면서 지금 그 꿈 얘기를 쓰러 나가는 길이라고 했더니 아내가 손을 빼며 말했다. "어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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