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구마을자치센터 글쓰기 특강 [글쓰기가어렵다는당신에게]
오늘 아침 열 시부터 열두 시까지 두 시간 동안 수유리 근처에 있는 강북구마을자치센터에서 【글쓰기가 어렵다는 당신에게】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했습니다. 강북구 주민들을 위한 여러 가지 교육 행사 중 하나였는데, 참여연대 느티나무 글쓰기 강연 때 제 수업을 들었던 이은해 쌤이 저를 자신의 일터로 불러주셔서 이루어진 수업이었죠.
제가 아침 9시 반 정도에 센터로 가보니 청소업체 분들이 사무실을 청소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고 한쪽에서는 센터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계셨습니다. 이은해 쌤이 줌 시스템을 준비해 주면서 평소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30명 정도 오실 거라고 하시길래 약간 긴장도 했으나 막상 화면을 통해 얼굴들을 한 분 한 분 뵈니 하나같이 선량한 모습이라 편하고 즐겁게 강의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글쓰기라는 건 '테크닉이 아니라 태도'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제가 쓴 책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를 쓰게 된 배경 이야기를 먼저 해드렸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글을 쓰기로 결심했을 때 주로 읽었던 책과 그때 주로 접했던 작가들이 글도 거론했고 '글을 쓰면 인생이 바뀐다'는 제 신념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강조를 했습니다. 제가 가는 곳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본질에 접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다름 아닌 글쓰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흘러가는 인생에 물음표를 던져야 비로소 다른 삶이 시작된다는 얘기를 했고 좀 더 쉬운 예를 들기 위해 넷플릭스에서 봤던 다큐멘터리 『창의적인 뇌의 비밀』을 소개하며 꼭 한 번 시청하라고 부탁도 드렸습니다. 제 강의를 한 번이라도 들어보신 분이 오늘 제 글을 읽으신다면 '쟤는 늘 하던 얘기를 다른 데 가서도 똑같이 하는구나'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으나 그래도 매번 새로운 에피소드와 글쓰기 예로 업그레이드를 하려 노력하고 있으니 설사 두 번째 접하는 강의더라도 즐겁게 들으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말로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라고 했더니 강의가 끝날 때쯤 수강생 중 박주* 선생이라는 분이 맞는 말이라며 동의를 해주시더군요. 이은해 쌤은 제가 미리 보내드린 강의안을 두고 "두 시간 강의 준비로 백 장이 넘는 PPT는 좀 많지 않으냐?'며 약간 걱정을 해주시기도 했으나 짧은 시간에 보다 많은 걸 전달해 드리고 싶은 욕심에 강의안이 조금 길어졌을 뿐이었습니다. 평소보다 말을 빨리 하고 보다 성의를 가지고 임했던 덕분인지 결과적으로 하고 싶었던 얘기는 빼놓지 않고 거의 다 말씀을 드린 것 같았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에 몇몇 분들이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송주* 선생은 요즘은 메모를 해 놓고도 어디다 해 놨는지 잘 찾지를 못하겠다는 얘기를 하시길래 저의 메모 습관 중 요긴하게 쓰일 팁 몇 가지를 말씀드렸습니다. 김세* 선생은 자신이 그림을 배우러 다닌 적이 있는데 강의를 들어보니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가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정은* 선생은 글쓰기에 대한 구체적인 스킬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고 하시길래 두 시간 정도의 특강에서는 구체적인 스킬의 예보다는 글쓰기 동력을 불러일으키는 게 더 효과적일 것 같다는 대답을 들려 드렸습니다. 송주* 선생이 시간에 쫓길 때는 글을 어떻게 쓰느냐고 물으시길래 제가 광고 카피 쓸 때 얘기를 들려 드리며 모든 글은 기한을 정해 놓아야 쓸 수 있으며 어떤 작가들은 '마감이 글을 쓰게 한다'라고 실토한다는 사실도 알려드렸습니다. 이은해 쌤도 수강자들 틈에 끼어 질문을 했는데 “억지로 써야 할 땐 어떻게 하냐?”라고 물으시길래 대부분의 글은 억지로 쓰이고 있으며 안타깝게도 완벽하게 한가할 때 쓰는 글이란 없다는 점도 말씀을 드렸습니다. 흔히 글을 쓰는 사람은 그 글 말고는 아무것도 안 할 것처럼 생각하는데,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들 '아, 나 지금 이것도 해야 하는데. 저것도 해야 하고...' 하는 분주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겠죠. 제가 이런 얘기를 해드렸더니 모니터 속에 계신 분들이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해주셨습니다.
두 시간의 강의를 모두 마치고 질문을 하나만 더 받겠다고 했더니 이은해 쌤이 "식사 시간이 다 돼서 다들 마음이 바쁘실 것"이라고 충고를 하시길래 얼른 포기하고 강의를 끝냈습니다. 밖으로 나왔더니 센터장을 비롯해 센터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강의 잘 들었다며 박수를 쳐주시는 바람에 쑥스러워서 혼이 났습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직접 만나지 못하고 이렇게 줌 수업을 하게 되니 매우 아쉽고 어려움도 많지만 간절한 마음 앞에서는 모든 게 다 통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얼른 인사를 드리고 151번 버스를 타러 갔습니다. 아내가 배가 고프다며 빨리 집으로 오라고 했기 때문입니다(사실은 집이 아니라 집 근처에 있는 백반집 '복이네'에서 만나자고 하길래 거기로 곧장 가서 함께 밥을 먹었습니다). 제가 현금이 팔천 원밖에 없다고 했더니 아내가 통장 이체를 했습니다. 여기는 밥값이 너무 싸서 - 백반이 일인 당 5,000원이에요 - 신용카드를 내기가 미안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동네엔 아직 오천 원짜리 질 좋은 백반집도 있습니다. 이래저래 좋은 동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