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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Apr 19. 2019

지금이 가장 좋은 때

성북동소행성의 봄

며칠 전 술을 마시고 택시를 타고 돌아오다가 가로등이 켜진 뒷길을 쳐다보고 새삼 감탄했다. 너무 예뻤다. 사실은 집으로  가는 이 뒷길에 반해서 여기로 오게 되었던 것이었다.


아파트를 떠나 개인주택으로 온 뒤부터 봄을 맞이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비가 오는 날 아침에 방에 누워 가만히 봄비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요즘 우리집 근처는 벚꽃이 만발해서 낮이나 밤이나 너무나 아름답다.


현관문 앞 작은 텃밭에서는 아내가 심은 이런저런 화초와 꽃들이 싹을 틔우고 있고(사실 여긴 바로 앞에 있는 중학교 땅인데 저희가 무단으로 막 심고 있지요. 학교에서도 알면서 애매한 경계선의 일이라 묵인해 주고 있습니다) 뒷마당의 손바닥만 한 정원엔 앵두나무와 배롱나무 사이사이 빈카마이너와 무스카리들이 활짝 웃고 있다. 벚나무, 산벚나무 들은 일 년 내내 숨을 죽이고 있다가 삼사월이면 일제히 새하얀 벚꽃을 세상으로 밀어낸다.


다른 모든 컬러를 제압하며 흰색이야말로 가장 화려한 색이라는 듯 자태를 뽐내던 벚꽃들은 큰 비가 내리면 미련 없이 짧은 생애를 마감할 것이다. 이번 주말엔 비가 온다고 하니 지금이야말로 가장 좋은 때이다. 꽃이 다 지기 전에 친구들을 몇 명 불러 옥상파티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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