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명언들
1
그제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깎고 답십리에 있는 한의원으로 침을 맞으러 가다가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민물장어 간판 밑에 붙은 글을 보고 놀랐다.
'내일은 해가 뜬다'
들국화가 부른 '사노라면'이라는 작자 미상의 곡 가사 일부가 왜 생태탕과 민물장어를 파는 식당 간판 밑에 붙어 있는가. 글쓰기를 하겠다고 직장도 그만두고 매일 뭔가 읽고 쓰고 강연 기획도 하고 있지만 사는 게 고달프고 내일이 어찌 될지 몰라 매일 전전긍긍하는 내 처지를 위로하기 위해 누군가 이 글을 써붙인 것 아닐까. 물론 그럴 리가 없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져 버스 안에서 간판 사진을 찍었다. 그래, 어찌 되겠지. 내일은 또 해가 뜨겠지. 스칼렛 오하라처럼, 투마로우 이즈 어나더 데이.
2
어제 아내와 우리 집에서 같이 사는 혜민 씨 등과 함께 숙정문을 지나 부암동까지 걸어갔다. 일주일 전 거기에 '로프트 북스'라는 책방을 낸 큐레이터 조성은 대표를 보기 위해서였다. 책방에서 세 권의 책을 사고 '윤동주의 서재'라는 카페 건물을 돌아 경복궁 쪽으로 걸어 내려오다가 한 중학교 교문에 붙어 있는 플랭카드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이다'
뭐 이런 훌륭한 독서 장려 캠페인이 다 있단 말인가. 우리는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이 학교 교장선생님을 칭찬했다. 그러나 혜민 씨가 서촌으로 내려오면서 "어쩌면 중학교라 이런 표어가 가능한 건지도 모르겠어요."라고 말하자 갑자기 우울해져서 술집으로 들어가 한라산 소주와 갑오징어를 시켰다. 핑계가 없어서 술을 못 마시는 일은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