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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Sep 26. 2021

길에서 배운다

길에서 만난 명언들

1

그제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깎고 답십리에 있는 한의원으로 침을 맞으러 가다가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민물장어 간판 밑에 붙은 글을 보고 놀랐다.

'내일은 해가 뜬다'

들국화가 부른 '사노라면'이라는 작자 미상의 곡 가사 일부가 왜 생태탕과 민물장어를 파는 식당 간판 밑에 붙어 있는가. 글쓰기를 하겠다고 직장도 그만두고 매일 뭔가 읽고 쓰고 강연 기획도 하고 있지만 사는 게 고달프고 내일이 어찌 될지 몰라 매일 전전긍긍하는 내 처지를 위로하기 위해 누군가 이 글을 써붙인 것 아닐까. 물론 그럴 리가 없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져 버스 안에서 간판 사진을 찍었다. 그래, 어찌 되겠지. 내일은 또 해가 뜨겠지. 스칼렛 오하라처럼, 투마로우 이즈 어나더 데이.

2

어제 아내와 우리 집에서 같이 사는 혜민 씨 등과 함께 숙정문을 지나 부암동까지 걸어갔다. 일주일 전 거기에 '로프트 북스'라는 책방을 낸 큐레이터 조성은 대표를 보기 위해서였다. 책방에서 세 권의 책을 사고 '윤동주의 서재'라는 카페 건물을 돌아 경복궁 쪽으로 걸어 내려오다가 한 중학교 교문에 붙어 있는 플랭카드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이다'

 이런 훌륭한 독서 장려 캠페인이  있단 말인가. 우리는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학교 교장선생님을 칭찬했다. 그러나 혜민 씨가 서촌으로 내려오면서 "어쩌면 중학교라 이런 표어가 가능한 건지도 모르겠어요."라고 말하자 갑자기 우울해져서 술집으로 들어가 한라산 소주와 갑오징어를 시켰다. 핑계가 없어서 술을  마시는 일은 없다는  다시 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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