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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Oct 28. 2021

당신, 바보야?

아내의 꿈에 나타난 성북동소행성 남편의 위상

이른 아침 아내는 눈도 뜨지 않은 상태에서 "당신, 바보야?"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젠 익숙한 일이라 옆에서 누워 자던 나는 아내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당신,  꿈꿨구나? 아내가 ,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금 살고 있는 우리 집에 방을 하나 새로 들였는데 내가 아내에게 얘기도  하고  못생긴 레즈비언 커플에게 세를 주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전세금으로 백만 원을 받은 것인데 겨우  돈을 받아 놓고 기한이 언제까지냐는 아내의 질문에 천연덕스럽게 모른다고 대답을 해서 당신, 바보야?!라는 소리를 들은 것이다. 나는 꿈속에서  '공처가 컨셉이라 그렇다' 다소 말이  되는 변명을  아내를 더욱 분노케  모양이다. 억울하다. 실생활에서 나는 '컨셉'이라는 표현을 남발하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나는 아내의 꿈속에서 바람도 피우고  올리고 도망도 치고 전세 계약까지 하느라 아주 바쁘다. 그런데 캐릭터는 죄다 허술하고 바보스러운 쪽이다. 평소 순자와 혜자에 눌려 사는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아닐  없다. 아내는 백만 원을 받았으면 계약서가 있을  아니냐며 그걸 찾다가 깼다고 한다. 계약서를 찾았으면  야단을 맞았을 텐데, 그나마 거기서 깨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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