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식으로 유명해지고 싶으세요?
내가 기억하는 한 TV에 출연한 사람 중 가장 이상했던 이는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왔던 ‘식용유에 밥 말아먹는 사나이’였다. 어느 순간 느끼한 게 좋아져서 밥이든 간식이든 다 식용유에 말아먹게 되었다는 분인데, 점심시간에 공사장에서 함께 일을 하는 동료들이 배달 온 중국음식을 따로 먹는 장면이 나왔다. 짜장면에 식용유를 들이부어 먹는 걸 옆에서 쳐다보기 힘들다는 이유였다. 그런가 하면 삼겹살을 혼자 20인분 넘게 먹는 남자도 있었다. 버스운전기사였는데 동료들과 회식을 하러 가서 "사장님, 우리는 삼겹살하고 소주 주시고, 이 쪽엔 삼겹살 20인분 따로 주세요."라고 하고는 삼겹살이 구워지는 대로 쉴 새 없이 집어먹는 오종종한 남자의 모습이 나왔다. 놀랍게도 그분은 배가 홀쭉했고 평소 하는 운동이라고는 버스 앞문 펜스에 매달려 하는 턱걸이가 전부였다. 그의 부인이 출연해 "처음엔 사람이 아닌 줄 알았어요. 너무 먹어서."라고 하던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이 글을 쓰려고 지금 인터넷을 찾아보니 한꺼번에 삼겹살을 23인분이나 먹는 자매도 있었다. tvN 《화성인 X-파일》에 출연했다고 한다. 이런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난 “TV에 딱 한 번 출연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게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프로그램이면 나는 안 나간다”라며 웃는다. 아내에게도 자주 얘기한다. 여보, 어떡하면 저런 프로그램에 나오는 걸까. 유명해지더라도 저런 식으로 유명해지는 건 싫어.
밀란 쿤데라의 소설 『불멸』에는 조깅을 하다가 넘어져 전 세계 뉴스에 보도되었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예가 나온다. 카터 대통령이 아무리 다른 좋은 일을 많이 했더라고 결국 후세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조깅하다 넘어진 지미 카터'의 이미지라는 것이다. 그 책을 읽고 '절대로 섹스 비디오는 찍지 말아야지.'하고 결심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유명해지고 싶긴 한데 그래도 좀 격조 있게 유명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소박한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