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통신 : 문득 생각난 이야기
내게 큰 빚을 지게 하고
도망친 여자가 있었다
만나면 죽여버려야지, 아니면
멱살이라도 잡고 흔들어야지
벼르고 별렀는데
눈 오는 지하철 명동역
그녀는 작고 초라했다
눈송이가 입술을 적셨다
서로 눈을 피했고 나는
잠시 딴생각을 했다
그때 이랬으면
더 좋았을 것을
다음에 만나면
정말 죽여버리자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는데 갑자기 눈 오는 명동 거리가 삼삼하게 떠오르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떤 여자를 불러냈다. 그리고 좋아하는 시인의 '모든 글은 후일담이다'라는 구절을 가져왔다. 사람 사는 게 다 연애 아니면 파혼 아니겠어? 하면서. 아내가 오해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은 장을 담그느라 힘들어서 일찍 자겠지만. 어떤 년이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까, 그 이야기나 꾸며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