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조각, 에디터들의 짓궂음 (2024-가을)
우리에겐 사소한 짓궂음이 있다. 이를테면 카페 테이블의 휴지를 잘게 뜯어놓거나, 길가에 흩어진 낙엽 조각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거나 하는 장난 같은 것들. 더 어렸을 적에는 놀이터 바닥에 주저앉아 풀과 흙, 돌멩이 따위를 모은 다음, 정성스레 찧고 빻으며 한 상 거하게 차려 보기도 했다.
커다란 건 잘게 뜯어보고, 이리저리 만져보고, 다시 결합해 봐도 멎지 않는 간지러움이 있다. 우리의 짓궂음은 무언가를 건드리고 조각내는 데 특화된 성질임이 틀림없다. 그러다 보면 전에는 보이지 않던 새로움이 튀어 오르기도 하는데.
나눌수록 다채롭게
온전해 보이는 것을 뜯어보고 싶은 것은 우리의 본능이다. 서희는 그렇게 브랜드를 조각내었다. 하나의 통합된 이미지로 다가가야 하는 브랜드일지라도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에는 한계가 없다. 어느 정도 성장한 브랜드는 어느 순간 전통적인 메인 채널을 벗어나 신선한 인상을 줄 필요를 느낀다. 새로운 톤앤매너가 필요한 그들의 전략은? 좁히거나, 넓히거나, 뒤집거나. 브랜드의 서브 채널은 고유의 규칙에서 자유롭기 마련이다. 조각냈기에 더 다채로울 수 있는 서브 채널만의 콘텐츠는 또 다른 즐길 거리. 식품, 금융, 언론 등 산업군의 제약 없이 브랜드를 섬세히 고르고, 또 조각낸 서희의 스페셜 기사는 집요하기까지 하다. 스페셜 2p, ‘브랜드 조각내기’에서 성장을 위해 도전하는 기업의 유연함을 눈여겨보자.
면밀히 쓰다듬어
실컷 조각냈다면 이리저리 만져보는 것이 순리. 규빈은 그 과정에서의 ‘감각’에 집중했다. 이 기사에서 조각을 단순한 형태의 집합으로만 보는 건 조금 시시한 접근이다. 스페셜 4p, ‘센스테크, 감각에 주목하다’에서는 감각 기술이 우리를 새로운 차원으로 이끄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개한다. 센스테크(Sensetech) 시대를 맞이한 지금, 인간의 생활과 상호작용 방식은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차원의 통로에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기업과 사용자의 관계’다. 기업은 손끝의 감각을 중시하는 이들에게 집중하거나, 사용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경험을 UX 디자인으로 그려낸다. 친숙한 애플의 촉감 패키지 사례로 시작해, 센스테크 시대의 포용성까지 어루만지는 규빈의 정갈한 스페셜 기사. 그 조각을 면밀히 쓰다듬으며 손끝의 감각에 집중해 볼 차례다.
그 자체로 새로운
사실 조각은 본래 그 자체로 해체와 재구성의 예술이다. 윤지와 유진은 ‘조각 예술’이 어떻게 전통을 해체하고,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하는지 파헤쳤다. 이 기사에서는 조각 예술을 두고 경계 짓는 것을 무엇보다 ‘경계’했으면 한다. 스페셜 6p, ‘조각이 경계를 넘어서는 순간’은 특정 소재나 매체 사이를 유영하는, 조각 예술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들이 제시한 조각의 유형을 살펴보는 것도 포인트. 메달과 선수단의 의복, 그리고 성화봉이라는 다양한 조각들의 이야기는 ‘올림픽’이라는 상징으로 하여금 결합된다. 파리 올림픽의 사례에서 아트 마케팅으로 시선을 넘기고, 더 나아가 현대 기술과 지역 브랜딩을 ‘지속성’으로 연결하는 유려함은 거듭 강조해도 모자라다. 조각이 경계를 넘어서는 만큼, 우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 이토록 서로 다른 조각이 또 다른 하나의 예술로 결합되는 쾌감을, 이 기사에서 오롯이 느껴보길 바란다.
우리의 짓궂은 마음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하지만, 그 끝은 언제나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진다. 브랜드를 조각내어 새로운 인상을 만들어내고, 감각을 쓰다듬어 더욱 깊이 있는 경험을 제공하며, 전통을 해체하고 재구성하여 시대를 관통하는 예술을 창조하는 것. 이번 가을호에서는 에디터들의 짓궂음이 어떤 조각을,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지 주목하라.
1) 시즈널 이슈
해당 글은 대학생 광고마케팅 잡지인 '콤마매거진' 가을호의 2p 트렌드 기사로 수록되었다. 가을호의 컨셉이 '조각'이었으며, 잡지의 서론 역할을 맡는 트렌드 기사였기에 컨셉과 계절, 그리고 스페셜 기사들의 균형을 담아야 했다. 다소 직관적이고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조각'이라는 주제를 전형적인 가을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가볍고 흥미롭게 풀어내고자 했다.
2) 타깃 독자
콤마매거진의 독자층은 대부분 대학생이었다. '조각'이라는 컨셉 하에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다룬 기사가 연결될 때, 독자들이 이를 하나의 그림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했다. 해당 기사를 통해 가을호의 다양한 스페셜 기사들을 어떻게 읽어나가야 할지 자연스럽게 가이드를 제공하고자 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조각’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브랜드, 감각 기술, 예술의 재구성을 다뤘다. 브랜드의 확장과 변화, 감각 기술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 조각 예술의 전통적 경계를 넘는 도전을 통해 독자들에게 가을호의 주제를 풍성하게 소개하고자 했다. 짓궂은 호기심으로 시작한 ‘조각’이 만들어낸 다채로운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새로운 발견의 즐거움을 선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 대학생 광고마케팅 잡지 콤마매거진 [Issue.55 조각] 트렌드 기사 2p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