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에서 나에게 중국인이라고 소리친 그 남자

용서했습니다. 그만하세요.

by 망고아미고


난 유부남이다.
결혼한 지 7년 된 유부남이다.
내가 유부남인 것이 중요한 건 아닌데, 결혼을 하면 꼭 가야 하는 것이 신혼여행이다.


신혼여행을 몰디브로 떠났다.

싱가포르를 경유하는 일정이었다.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출발을 해서 6시간을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대기를 해야 해서 몸의 컨디션이 아주 안 좋은 상태였다.

사랑하는 아내는 싱가포르 공항에서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마음의 컨디션마저 안 좋은 상태였다.

몸과 마음의 상태는 말레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좋음’으로 바뀌었다.



드디어 몰디브다!

작고 허름한 공항에서 나와보니 나와 아내의 이름이 쓰여있는 피켓을 든 직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20~30분 기다렸나 보다. 스피드보트를 탄다기에 선착장이 어디지? 했는데 공항 바로 옆이었다.

스피드보트를 타러 가니 꽤 많은 인원이 탑승을 했다. 우리 포함 5팀이었다. 짐작하건대 모두 한국에서 온 신혼부부들이었다. 하지만 서로 말을 걸어나 인사를 주고받지는 않았다.


몰디브라는 곳을 신혼여행지로 선택한 사람들은 둘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 오는 분들이 대부분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른 패키지여행과는 달리 서로 같이 하는 일정 자체가 없는 여행이기에 따로 인사를 한다거나 하지 않았던 것이다.

드디어 코코팜 보두히티 리조트로 출발을 했다. [지금은 코코 보두히티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이 아름다운 선착장에 도착하니 목에 레이(하와이안 꽃목걸이)를 걸어주고 한국인 여성 가이드께서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었다.


아주 해맑은 목소리로


“여기는 코코팜 보두히티 리조트입니다. 모두들 비치빌라에서 3박을 하시고 워터빌라에서 3박 하는 일정으로 오셨네요. 여기 조금 걸어가시면 비치빌라가 나오는데 저희 직원들이 짐을 옮겨드리면서 안내해드릴 거예요. 블라 블라…”


그리고 무슨 얘기를 하려고 이 말을 꺼냈나 모르겠는데


“(다 알고 있는 듯이) 여기 모두 한국에서 오신 신혼부부들 맞으시죠?”


“네!!!”


그런데 우리 반대편에 앉아있던 남자가 나와 아내를 가리키며


“그런데 저분들은 중국 사람인 것 같아요!”


네? 에?? 뭐????!!!??


나와 아내는 서로 싱가포르 공항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 있느라 가이드가 한 말을 듣지 못해 대답을 하지 못해서였을까?

아니면 하필이면 그때 입었던 옷이 새빨간 티셔츠에 하얀 바지를 입고 있어서였을까?



1초. 2초. 3초.


이 상황에서는 뭐라고 해야 하지? 중국어를 해야 하나? 중국어를 모르는데?


“ 아뇨, 저희도 한국사람이에요!”



몰디브에서 한국인에게 중국인이라고 오해를 받다니.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한 장난 같은 건가?

아니면 인종차별인가? 아니지. 저 사람도 나랑 같은 한국사람이잖아. 하하하

여긴 누가 봐도 한국사람들만 있잖아요.


그 남자는 진심으로 미안해했다.

우리가 빨간 옷을 입고 너무 말을 안 해서 중국 사람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게 말이 되냐?


‘아 장난이 아니고 진짜였구나.’


‘미안해요. 어떡해요.’

옆에 있던 그의 아내까지 합세해서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그만 사과하세요. 그게 날 더 창피하게 한다고요.’


전 중국인처럼 생기진 않았습니다. (이것도 인종차별은 아닙니다.)


거기 있는 모든 사람은(심지어 나의 아내조차) 유쾌해했지만, 나는 불쾌했다.


‘그래 나만 불쾌하면 되지 뭐.’


선착장에서 서로의 숙소까지 한 200M 정도 떨어져 있어서 우리 다섯 팀은 걷기 시작했다.

2~3미터 간격으로 부부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서 이동했다. 나에게 중국인이라고 소리쳤던 그 남자는 자꾸 나를 돌아보면서 미안해요. 미안해요. 또 사과를 시작했다.


“정말 괜찮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 얼렁 가세요.”


‘그냥 가라고, 그만 돌아보고 가라고요. 그게 더 창피하다고 이 사람아.”


약간 불쾌했지만 그곳은 몰디브였다.



‘어차피 마주칠 칠일도 없고, 재밌는 해프닝이네.^^’


하지만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마사지를 받으러 마사지샵으로 걸어갈 때도 마주쳤고, 리조트의 기프트샵에 갔을 때도 마주쳤고, 아침이고 점심이고 밥을 먹으러 갈 때마다 마주쳤다.

마주칠 때마다 그 남자는 날 보며 눈으로 사과를 했다.


‘그만해! 미안해하지 마. 제발..’




몰디브에서의 6일 동안 매일같이 그 남자를 만났다.

지금 되돌아보면 아주 재미있는 해프닝이다. 아직도 가끔 그때 일을 떠올리면 얼굴이 빨개지곤 한다.

하지만 잊히지가 않네. 그 남자의 얼굴도 아직 생생하다. 그 사람도 날 잊지 않았겠지.

지금도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7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생각이 나서 이 글을 쓰고 있다.


평생 잊지 못하겠지.

2016년 5월 17일에 코코팜 보두히티로 신혼여행을 온 그 남자를 보고 싶다.


잘 살고 있죠?
당신 덕분에 신혼여행의 기억이 더욱더 생생합니다.
너무나 고맙지만,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를 평생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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